국내 증시가 연말로 접어들면서 조정국면에 들어섰다. 지난주 12월 선물옵션 만기일 이래 선물시장이 먼저 조정에 들어간 데 이어 현물시장 종합지수도 단기 추세가 완연히 꺾인 모습이다. 종합지수는 두달만에 20일 이동평균선이 하향이탈된 이래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를 바탕으로 20일선을 회복을 도모했으나 전날 하이닉스 충격이 제기되며 시장체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시장에서는 종합지수가 620∼630을 지지하면서 연말까지 큰 폭의 등락없이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된 변수로는 △ 내년도 경기회복 강도 둔화 △ 엔화 약세 △ 미국 시장의 제한된 움직임 △ 외국인 등 매수주체 분산 △ 하이닉스 등 반도체 구조조정 및 주요업종의 탄력 약화 등을 꼽고 있다. ◆ 종합지수 조정국면 돌입, 매수주체 부재 = 종합지수는 지난 10월 상순 이래 두달만에 20일선이 붕괴된 뒤 엔화 약세와 하이닉스 충격이 맞물리며 이내 불발로 돌아갔다. 이날 종합지수는 647.05로 전날보다 3.29포인트, 0.51% 상승, 지난 12일 이래 닷새만에 상승했다. 그러나 전강후약으로 오전 상승폭을 지켜내지 못하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주 하향세로 돌아선 5일선이 미끄러지며 20일선을 하회하는 단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했으며, 20일선 역시 상승세를 접고 완만하게 누워 하향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날 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전략적 제휴 무산설에 따른 단기 충격, 삼성그룹 납품업체들의 감사결과 비리가 드러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약화됐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결과가 이번주를 거치면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미국 내 도시바 반도체 공장을 인수하기로 발표하면서 다소 김이 빠지는 분위기다. 또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사장이 하이닉스 '부분 인수 무용론'을 제기한 터여서 전격적인 합의 여부가 주목되고 있으나 두고볼 일이다. 이날 하이닉스는 전날보다 2.64% 떨어진 2,025원에 마감했다. 개장초 5.5% 급등에서 오후들어 10%까지 급락하는 급변동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그러나 거래소 거래량의 절반이 넘는 3억1,000만주 이상 대량 거래된 상태에서 하락하며 20일선이 붕괴된 터여서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최근 풍부한 고객예탁금을 바탕으로 매수세를 이끌어온 개인이 이틀째 순매도를 보였고 외국인 매수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제한되는 모습이 역력, 연말까지 매수주체가 형성되지 않을 전망이다. 종합지수의 조정에 따라 연말을 앞두고 매수의욕이 되살아날 것 같던 기관 역시 보수적인 태도로 매수를 유보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 엔저 장세, 내년 경기회복 기대감 둔화 = 기본적으로 이런 조정은 내년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주가 급등 이후 이를 받쳐줄 여건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엔이 128대에 올라서면서 수출경기 회복 기대감이 후퇴, 주가가 선반영한 만큼 경기회복의 속도나 강도가 이어질 것이냐가 논란으로 등장했다. 한국 경제는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 및 신축적 통화공급,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 등에 따라 내수가 견조한 상태다. 잠재성장률을 하회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속에서도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실하다는 것이 국제적인 평가다. 그러나 수출비중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에 달하는 수출 위주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내수위주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 세계경제 전망상 수출회복 시기가 앞당겨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은 당장 140엔대로 급등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130엔 안팎 정도까지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엔 상승에 따라 달러/원도 동조 상승할 전망이나 경제여건상 수출회복에는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IMF는 19일 전망보고서에서 세계경제 성장률을 올해 2.6%에서 2.4%로 낮추고 내년은 3.5%에서 2.4%대로 대폭 낮췄다. 한국의 성장률을 올해 2.6%, 내년 3.2%로 다른 국가보다 높게 잡았다. 그러나 이 역시 한은의 내년도 3.9% 전망이나 정부의 4% 성장 추진 의지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진념 부총리는 최근 금리급등을 다소 의식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과 설비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탄력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수위주의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정책기조를 밝히고 있다.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고대 정책대학원 초청강연에서 "올해 저금리 등 통화정책 완화나 재정지출 확대 등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 주도의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내수가 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철환 총재는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서려면 미국 등 해외경제의 회복에 따른 수출 증대가 필수적"이라며 "통화재정정책을 통해내수진작 효과를 장기간 지속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어 하루빨리 민간의 자생력에 의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 미국 주가 탄력 둔화 = 미국 경제가 11차례 금리인하 속에서 내년 이후 회복이 예상되고 있으나 제조업 경기나 투자면에서 아직 미흡한 상태다. IMF는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해 추가 재정정책을 통한 회복을 전망하면서도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을 당초 1.3%, 2.2%에서 1.0%, 0.7%로 하향 조정했다. IMF의 세계경제 전망이 꼭 맞는 것이 아니고 분기별 발표를 통해 수정해 가지만 현상황에서 내년 경제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제시하는 기관이나 정부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최근의 주가 상승에 대한 평가가 재점검되고 있다. 내년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나 지난 9.11 테러 충격을 회복하는 기술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분기 기업실적 예고 시즌에 들어서면서 전년동기 대비 급감, 전분기 대비 비슷한 수준의 범위 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P 500대기업의 4/4분기 실적의 하향세가 내년 1/4분기까지 갈 것이라는 추정도 이미 나온 상태이다. 이런 경향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나 모토롤라에서 확인, 기술주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대형주 탄력성 둔화, 삼성전자와 여타종목 차별화 = 시장에서는 경기회복 기대감이 다소 주춤해지면서 미국 테러 이후 급반등 장세가 완급을 조절하는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주가의 경우 선진국의 회복 수준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고 오른 상황에서 연말 랠리보다는 기간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움직임도 시세탄력성과는 거리가 멀다. 경기나 재료, 수급, 달러/엔 상승 등의 시장여건을 고려할 때 추세를 돌리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매수를 등에 업고 삼성전자만 20일선 지지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을 뿐 여타 SK텔레콤, 한국전력, 기아차 등은 20일선은 물론 60일선마저 붕괴된 상태다. 현대차, 포항제철, 삼성전기, LG전자가 장중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나 매수세가 제한되며 20일선을 하향 이탈했다. 국민은행이나 신한지주 등 주요 은행주도 정체상태에 들어선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는 내년 경기회복 기대감에다 D램의 장기 공급가격 인상, 반도체 업종의 구조조정에 대한 상대적 수혜가능성이 매수 재료로 부각된 상태다. 그러나 반도체 현물가격이 아직 2달러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통신 등 첨단기술주의 경우도 아직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포항제철의 경우 감산논의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 상태에서 철강가격 회복을 논할 때는 아닌 듯하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