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중소형 개별종목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동안 랠리의 선봉에 섰던 반도체 통신 등 핵심블루칩이 프로그램의 "덫"에 걸린 틈새를 개별종목이 파고 든 것이다. 13일 거래소 시장에서 3천억원이 넘는 풍부한 개인 매수세를 바탕으로 제지 유통 증권 은행 보험 등 대중주가 강세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과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매매 비중을 줄이는 패턴을 반복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장세의 주도권의 개인에게 넘어가면서 활발한 종목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종목장세 조짐=외국인이 이끄는 유동성장세에서 개별종목장세로 흐름이 바뀌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한풀 꺾여가는 추세인데다 국내 기관도 매수여력이 많지 않아 개인 외에는 매수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날 2천억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지만 이달 들어 전체 순매수 금액은 5천1백억여원에 불과하다. 이미 이달 전체 거래일수(19일)의 절반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지난 10월(1조3천9백53억원)과 11월(1조6천2백51억원)에 비해 순매수 규모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외국인은 해마다 연말이면 매수 규모를 줄여왔다. 수익률도 관리해야 하고 포트폴리오도 새로 짜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가 지난 96년부터 작년까지 5년 동안 외국인 순매수금액을 비교한 결과 12월 순매수가 11월보다 많았던 때는 지난 97년 한해 뿐이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최근 외국인 사이에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지고 있고 일본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회복에 대한 논란 등을 계기로 한국 주식 편입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이 상무는 "미국 테러 이전과 이후 모두 한국 주식 편입 비중이 높았던 이머징마켓펀드는 최근 두달간의 급등장에서 수익을 많이 올려 이미 물량을 줄인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는 따지지 않고 테마별로 투자하는 글로벌 IT펀드및 글로벌 텔레콤 펀드 등 섹터펀드의 경우 한국 IT(정보기술)기업의 실적 개선과 성장성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10,11월에 주식을 많이 사들였다"면서 "그러나 이들 펀드도 최근 경기 회복 논란이 다시 불거진데다 엔저 등 일본의 금융불안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종목 고르기=전문가들은 개인 중심의 종목장세가 펼쳐지면 대형주보다는 증권주 등 개인선호 종목과 그동안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한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일부 중소형주에 대한 매매공방이 벌어지는 것은 앞으로 있을 개별종목 장세의 예고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32만원까지 오른다고 가정해도 현재 주가인 26만원선에 매입하게 될 경우 수익률이 23%에 불과하다"면서 "개인이 시장의 중심에 나설 경우 대형 IT주 대신 증권주나 중소형주가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SK증권 현정환 선임연구원은 "수출포장 이구산업 삼성정밀화학 코리아써키트 웅진코웨이 등 최근 연중최고가를 기록한 종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 가운데엔 올 들어 실적이 크게 좋아졌는데도 장기간 소외된 중소형 우량주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SK가스 미래산업 아세아제지 등 신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종목에도 매기가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