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 결산을 앞두고 전환사채(CB) 등 주식연계채권을 매입 소각하는 코스닥기업들이 늘고 있다. 부채비율을 낮춰 신용평가등급을 끌어 올림으로써 내년 자금조달비용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부에선 외부자금 유치라는 재료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또다른 재료 만들기'에 나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늘어나는 CB BW 매입 소각=코스닥증권시장(주)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CB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매입해 소각한 곳은 9개사에 달한다. 기륭전자가 두번째 발행한 해외 CB 6백60만달러어치 전량을 사들여 태워버린 것을 비롯 쓰리알이 2회차 CB 전액을,현대디지탈테크가 1회차 해외 CB 전량을 회수했다. 유니씨앤티와 창흥정보통신은 해외 BW 5백만달러어치와 3백만달러어치를 각각 소각했다. ◇부채비율·물량부담 축소가 배경=코스닥기업들이 CB나 BW를 매입 소각하는 이유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구체적으로는 12월 말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부채비율을 줄이자는 게 목적이다. 정부의 정책자금을 받거나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때 재무제표상의 각종 지표가 좋아야 돈을 받기가 수월하다. 해외 CB·BW 발행을 통해 외자를 유치했던 코스닥기업들이 환리스크나 금리부담을 피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추진한 경우도 많다. 해외CB 5백만달러어치를 매입 소각한 유니씨앤티측은 "올 하반기 유동성 부족이 예상돼 해외CB를 발행했지만 막상 하반기에 자금 문제가 없어 사들여 소각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유의점=CB를 매입 소각하면 채무와 함께 주식전환청구권도 없어진다. 재무구조 개선과 잠재물량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확실하다. 해외BW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채무는 매입소각이 가능하지만 신주인수권(warrant)은 그대로여서 신주인수권이 행사되면 언제든지 물량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매입소각 규모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CB나 BW물량은 남아있는 규모가 클수록 부담도 크다. 무늬만 매입소각인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소각을 위한 소각 사례도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D증권 관계자는 "차환발행으로 CB나 BW를 조기상환하거나 매입소각한 경우 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크지 않다"며 "매입소각 재원이 보유현금이나 내부이익이어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