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16개월만에 PC업체 등 대형거래선에 대한 반도체 공급가를 10-20% 인상하고 주가도 폭등세를 보이면서 반도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반도체 공급가격 인상은 통상 비수기로 알려진 겨울철에 들어가는 시점에 이뤄져 앞으로 반도체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가격인상 배경 = 우선 이번에 이뤄진 반도체 고정거래가 인상은 작년 하반기 이후 급락세를 지속했던 반도체 현물가격이 지난 11월초부터 상승세를 보이면서 더 이상의 가격하락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도체 현물가격은 아시아현물시장에서 한때 128메가 SD램을 기준으로 개당 1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졌다가 5일 현재 1.5-1.8달러로 올랐다. 또한 주요 PC 메이커 등 반도체 수요자인 대형 거래선들의 수요도 살아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추진되고 있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를 비롯한 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은 반도체 감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수요를 자극, 가격인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물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공급물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요자들에게 넘어갔던 반도체 가격협상의 주도권이 반도체 메이커들에게로 넘어오는 분위기가 역력해졌고 11월 중순 이후 계속 가격인상을 요구해온 반도체 메이커들에 대형 거래선들이 손을 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격인상에 따른 효과 = 가격인상에 따라 그동안 고전했던 반도체 메이커들의 영업실적도 상당히 호전될 전망이다. 지난 3분기 반도체부문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번 가격인상으로 월간 영업적자 폭이 3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인상된 고정거래가는 128메가 SD램을 기준으로 1.3-1.5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고정거래가는 아직 현물가에는 미치지 못하는데다 최소한의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제조원가 수준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업계의 영업실적이 적자에서 벗어나 큰 폭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가격의 추가인상이 계속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영업실적을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수준의 가격상승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대우증권 전병서 애널리스트는 "원가로 계산하면 아직은 D램 업체들이 30%의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흑자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D램 가격이 앞으로 30% 가량은 더올라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경기 전망 =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비수기인 겨울철에 이뤄진 반도체 고정거래가 인상으로 한동안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가격이 128메가 SD램을 기준으로 개당 2달러선을 돌파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의 감산 기대가 현물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고정거래가 인상을 유발하는 선순환 과정이 시작돼 반도체 경기회복을 점치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최근 발표한 10월 전세계 반도체 매출액은 104억3천만달러로 집계돼 전달보다 2.5% 늘어나 1년만에 처음으로 전달대비 증가세를 기록,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업계에서는 이제 대세하락의 부담에서는 벗어났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며 앞으로 본격적인 반도체 경기회복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일단 현상태에서는 반도체 가격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하지만 이는 반도체업계의 생산 또는 공급물량 축소라는 '감산'이 실행에 옮겨지는 것이 전제돼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탈 경우 업계가 D램 생산비중을 늘리게 되면 공급과잉으로 가격강세가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반도체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은 PC 수요를 비롯한 전체적인 경기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세계경기의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여부는 PC시장을 비롯한 세계적인 경기회복의 강도에 달려있다"며 "전체적인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내년 반도체시장은 전강후약의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