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에너지 그룹인 엔론이 자사를 84억달러에 인수하려던 라이벌 회사가 이 계획을 포기함에 따라 파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엔론보다 규모가 작은 다이너지사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에서 엔론이 지난9일 발표된 합병 합의와 관련된 `약속을 어겼다'면서 이에 따라 계획을 취소한다고밝혔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가 엔론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내림에 따라 이 회사의 부채 상환이 촉박해질 수 밖에없게 돼 다이너지가 인수를 포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채권단이 등급 하향에 자극받아 39억달러의 부채를 당장 상환토록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내년까지 갚아야하는 모두 160억달러의 부채 상환기일도 결국앞당겨지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소식통들은 엔론에는 다이너지가 `마지막 구세주'였다면서 더 이상 원매자가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엔론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뉴욕 소재 크레디트 스위스 증권사의 고든 하월드 연구원은 관측했다. 반면 다이너지는 경영상의 어려움은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이너지는 자사 지분의 26%를 확보하고 있는 셰브론텍사코와 함께 인수를 전제로 엔론에 150만달러를 투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다이너지가 인수를 포기했더라하더라도 엔론의 미국 북부천연가스라인에 대한 우선적인 매입권이 있음을 주장할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파산법정에서 이 문제가 시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엔론과 다이너지 양사는 합병 취소에 관해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한편 엔론사 주식은 28일 합병 취소가 발표된 후 대량 투매되면서 71% 폭락해주당 1.20달러로 주저 앉았다. 엔론 주식은 한해 전만에 해도 84.87달러까지 거래됐다. 다이너지 주식은 10% 떨어진 36.81달러를 기록했다. (휴스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