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시장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부보유 은행주를 팔아 공적자금 회수율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가 부양이 어려운 이유는 과거의 주식투자 성과를 돌아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교과서대로라면 주식은 고위험.고수익 자산이며 채권은 저위험.저수익 자산이다. 주식은 가격 변동폭이 커 투자에 위험이 따르지만 채권에 비해 기대 수익률은 높다는 말이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자금을 장기로 운영할 수 있어 가격변동 위험에 덜 노출된 연기금이 주식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정은 이와 다르다. 지난 15년 동안 주식과 채권의 투자 성과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연상시킨다. 86년에 1원을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는 3년만인 89년 원금의 6배를 벌 수 있었다. 86년 160이었던 종합주가지수가 89년 초 1,003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그 뒤 주가는 등락을 거듭해 86년에 투자한 1원이 2001년 현재 4.2원이 됐다. 15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9.5%가 된다. 이에 반해 채권은 거북이처럼 원금을 늘려 왔다. 86년에 투자한 1원이 2001년 8.5원이 됐으니 연평균 수익률이 14%에 달한다. 교과서와 달리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이 채권에 비해 고위험.저수익 자산이었던 셈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자가 바보 취급을 받고 단타를 노리는 투기꾼, 작전세력이 들끓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기간 중 국민소득이 여섯 배나 증가한데 비해 종합주가지수가 네 배밖에 증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기업수익성에 대한 전망이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서 개도국과의 경쟁이 격화되고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저임금마저 올라가는 추세이니 앞으로 주주에게 돌아갈 이윤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도 주식이 저평가된 주요 원인중 하나다. 외환위기 이전 경영주들은 상장기업의 이윤을 비상장 계열사나 개인 재산으로 쉽게 이전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이윤이 주주가 아닌 경영주의 몫이 됐고 상장기업 주가총액은 거북이 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채권수익률이 높았던 데는 관치금융의 역할이 컸다. 외환위기 이전 우리 정부는 시스템위기를 회피한다는 구실로 대기업의 부도를 막아왔다. 정부 개입이 없었다면 부도가 났을 회사채를 금융회사가 대신 갚아줬기에 채권수익률이 주가 수익률을 상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식과 채권의 투자 성과를 비교해 보면 주가 부양책의 한계가 뚜렷해진다. 세액공제 상품 도입과 같은 단기 부양책은 투기꾼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소액주주운동, 집단소송제도를 통해 주주 이익을 철저히 보호하고 작전세력과 같은 범죄자를 발본색원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주가부양의 전제조건이다. 시스템위험이 두려워 부실기업 회사채를 금융회사에 떠안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한 주식은 천덕꾸러기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주가부양책보다 주식이 고수익.고위험 자산으로 인식되도록 인프라 개선에 힘쓰는 것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채권연구원 이사 rhee5@plaza.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