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가 최근 채권단의 신규자금지원 등 채무조정을 재료로 거래량을 폭발시키며 폭등했다. 지난달 30일 970원이었던 주가는 채무조정이 결정된 31일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1일에도 상한가를 쳤다. 2일엔 약간 조정을 받았으나 4거래일만에 1천240원(2일현재)으로 27.8% 급등했다. 지난 2일의 거래량은 5억7천800만주로 거래소 전체 거래량(8억5천500만주)의 67.6%를 차지하며 지난 9월14일의 6억3천만주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데이트레이더들과 개미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여기에 기관과 외국인까지 가세하면서 지난 2일엔 상한가 근처까지 갔던 주가가 장 후반 급락세를 보이며 3.1% 하락으로 마감, 냉탕과 온탕을 들락거렸다. 하이닉스 매매 열풍을 두고 `한 탕'을 노린 전형적인 묻지마 투기로 몰아붙이는쪽이 있는가 하면 채권단의 지원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데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으므로 잠재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석투자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하이닉스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뇌동매매는 금물이며 자칫 분위기에 휩쓸리다가는 손해보기 쉬운 `위험한 주식'이라는 조언이 지배적이었다. ◆하이닉스 회생여부 여전히 불투명 하이닉스는 지난달 31일 채권단의 신규자금지원과 출자전환 결정으로 생명이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됐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하이닉스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반도체 값이 64메가D램환산가 기준으로 1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내년까지 5천억원 증자를 포함, 최소한 1조6천500억원의 자구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이같은 전제하에서 채권단은 3조1천억원의 채권 출자전환과 6천500억원의 신규자금지원, 잔존채권에 대한 만기연장과 이자율감면 등을 결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9월까지 2조원 정도의 신규자금이 필요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채권단 지원 규모로는 향후 4-5개월 정도밖에 버틸수 없으며 자구책중 한가지만 어긋나도 추가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병서 대우증권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는 채권단의 지원 결정은 생존을 위한최소한의 단초를 마련한 것에 불과하며 앞으로 반도체경기가 언제 회복될 지, 자구추진이나 추가지원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 등 모든게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적정가 산출 어려운 '도깨비주' 하이닉스는 3.4분기 매출 5천520억원에 영업손실은 5천310억원, 순손실은 1조6천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분기 손실이 너무 천문학적이고 향후 생존가능성이 안갯속에 있는데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가격 등이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적정주가를 산출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얘기한다. 대신증권 진영훈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의 부채규모, 영업손실규모 등 경영실태,반도체경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주가산출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서 애널리스트는 현재 자본금이 5조7천억원이지만 채권단의 3조1천억원 출자전환 가격이 지난 6월 해외DR발행가인 3천100원으로 이뤄질지, 시가로 이뤄질지모르는 상황에서 적정주가 `프라이싱'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무형자산을 제외한 장부가기준의 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9월말 주당 1천원대에서 채권단의 최근 채무조정에 따라 2천원 정도로 높아졌지만 향후 손실누적을 감안할 때 내년 3분기엔 다시 1천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단순 주가산정일 뿐 여러 변수를 고려한 적정주가는 아니라고 밝혔다. 최근 ING베어링증권은 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던데다 내년 상반기 영업호전이 불투명하다며 목표주가 1천원에 투자 `유보(Hold)' 의견을 유지했다. 따라서 최근의 주가 폭등은 펀더멘틀즈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생명이 연장된데따른 기대감과 일반투자자들에게 감자 등의 손실분담을 요구하지 않은 데 대한 안도감이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를 폭발시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6월 15일 해외 DR발행 당시 13.68%에서 최근엔 9.97%로 크게 감소, 지속적으로 물량을 털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 진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에 대해 외국인은 비중축소를 계속하고 있고기관도 투기적 관점에 접근하고 있으며 개인 역시 장기투자보다는 단기차익에 치중하고 있어 앞으로도 주가는 대단히 불안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