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던 유동성의 힘은 경기침체 우려에 맞닥뜨리며 한계를 드러냈고 잠재된 시장 에너지는 이같은 우려를 이겨낼 만큼 강하게 분출되지 않았다. 시장은 반등 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인지, 아니면 추가 상승을 위한 숨고르기 단계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증시는 이번주 중반 이후 잇따라 발표될 미국 테러 충격을 반영한 경제지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탄력이 둔화된 증시는 당분간 기술적 반등 연장 시도와 하강 압력이 교차하면서 조정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먼저 외국인 매수 기조가 한 풀 꺾인 점이 부담이다. 현장세를 지배하는 최대 변수가 외국인 매매 패턴이라면 하방경직성 강화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강력한 매수주체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련의 비중 확대를 마친 이후 뉴욕 증시 등락에 연동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14일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서며 325억원을 순매도했다. 뉴욕 증시 하락폭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았고 대부분 삼성전자에 집중됐으나 외국인 매수세가 최근 상승세를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외국인은 지난 24일 이래 순매수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더니 급기야 매도우위로 전환했다.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로 돌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외국인 선호 종목인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기술주의 가격메리트가 희석된 상황에서 지분율도 테러 이전 수준으로 복귀해 대량 매수에 나설 여지는 넓지 않다. 또 국민, 주택은행이 합병으로 인한 거래 정지에 들어가 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거래량 부진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거래량은 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평균 4억주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하이닉스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는 날이면 4억주를 넘고 아닌 날은 4억주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본격적인 매물대를 앞두고 주가에 선행성을 띠는 거래량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상승 욕구가 자신감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거래량 지표가 수많은 액면 분할과 데이트레이더의 출현으로 이전에 비해 설명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다만 원활한 매물 소화를 위해 필수 요건인 거래량 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가운데 이날과 같이 조정시에도 저가매수를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체력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시장 에너지와 관련, 하락종목수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날엔 하락 종목수가 700개에 달했고 최근 엿새간 지수 등락과 관계없이 하락종목수가 상승종목수를 앞섰다. 지수는 강세를 보였으나 체감지수는 높지 않았던 것. 지수관련 대형주가 견인한 장세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으나 지수가 하락해도 별다른 탈출구를 만들지 않은 채 개별 종목으로 매수세 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아직까지 불확실이 크다는 의미다. 저가 매수 시점 포착을 한 단계 늦추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주가 주도한 지수상승이 대중주 강세로 이어지고 거래량이 증가하며 지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내년도 V자형 경기 회복 기대감을 강하게 빨아들인 증시가 현실적인 경제 지표 앞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다. 화요일 뉴욕에서는 테러 이후의 소비심리를 반영한 컨퍼런스보드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에 관심이 집중된다. 아울러 주후반 예정된 10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 제조업지수, 실업률과 더불어 3/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할 지에 따라 펀더멘털과 유동성의 대결이 방향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