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고지 등정을 뒤로 미뤘다. 미국 테러 사태 이전 지수이면서 단기 박스권 상단부로 인식되는 540선에 근접했다가 이내 되밀리며 60일 이동평균선 조차 지켜내지 못한 것. 장중 별다른 재료나 모멘텀이 제공되지 않았고 최근 상승세의 주역인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장 초반 '잘 나가던' 주가가 일중 저가 수준에서 마감한 점은 지수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올라섰음을 방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시장의 동인은 펀더멘털이 아닌 수급과 심리라는 점에서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더불어 본격적인 매물대에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크게 저항받지 않고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수요일 증시는 외국인 매수 기조 유지 여부가 최대 관심인 가운데 조정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지수에 가격메리트가 사라진 시점에서 540선 돌파를 위해서는 부담감을 떨쳐내기 위해 필요한 모멘텀이나 에너지 공급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외국인, 매수세 확산하나 = 외국인이 줄기차게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하며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은 외국인에서 비롯된 수급을 얘기하지 않고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 매수는 국내 증시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가운데 뉴욕 증시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급등,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로의 대량 자금 유입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23일에도 매수 기조를 이었다.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9일과 16일 연속 매수우위를 나타낸 것. 당초 매수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강도를 약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엎고 1,000억원이 넘는 매수우위를 보였다. 외국인 매수는 삼성전자에 편중됐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757억원 순매수했고 지분율을 57.40%로 높여 미국 테러 직전 수준으로 돌려놓았다. 이날 삼성전자 지분율이 급증함에 따라 SK텔레콤, 한국통신공사, 삼성SDI, LG전자 등 외국인이 선호하는 국내 주요 기술주 지분율이 대부분 테러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삼성화재, 국민은행 등 우량 금융주는 이에 앞서 예전 지분율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경제지표나 기업실적 등 펀더멘털 개선없이 지난달 초에 비해 지분율을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직 외국인 선호 종목중 보유 비중이 회복되지 않은 삼성전기, 주택은행, 현대차, 기아차, 한국전력 등에 관심을 둘만 하지만 잣대로써의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지는 미지수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해외 주요 증시와 달리 국내 증시가 아직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외국인 매수의 추가 유입이 가능하겠지만 여력이 크지 않다"며 "외국인 선호 종목, 바닥권에서 낙폭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종목 위주로 접근하되 조정 장세를 염두에 두고 대응할 것"을 권했다. ◆ 삼성전자, 하락갭 메우기 = 이날 강세는 삼성전자가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500원, 2.65% 상승한 17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 한달여중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며 60일선에 바짝 다가섰다. 전날 발표한 3/4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해외 경쟁 반도체업체에 비해 양호하게 집계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월요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급등함에 따라 매수세가 몰렸다. 이날 UBS워버그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8만5,000원에서 21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시장 관심은 삼성전자가 상승세를 타고 18만7,000원까지 올라 테러로 인한 하락갭을 메울 수 있을 지에 몰려 있다. 삼성전자가 갭을 회복할 경우 종합지수 540선 돌파는 무난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와 관련 실적이 어느 정도 반영된 시점에서 화요일 반도체 장비재료협회(SEMI)에서 내놓을 북미 반도체장비업체의 9월 주문 출하비율(BB율)이 관심이다. BB율은 지난해 12월 0.99로 1아래로 떨어진 뒤 9개월째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월 BB율은 0.61로 소폭의 개선 추세를 접고 넉달만에 악화됐다.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도체 가격으로 표현되는 경기 침체를 감안할 때 개선을 전망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교보증권 임노중 선임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반도체가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BB율이 뉴욕증시와 더불어 증시 방향을 가늠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망과 같이 악화가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관련주 강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