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시의 목적은 투자자에게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알리는데 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코스닥기업이 근거없는 주가부양이나 심지어는 대주주의 주가차익 실현 기회로 공시를 악용하고 있다. 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띄우고 이에 대해 코스닥증권시장(주)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검토중'이라는 공시를 내다가 막판에 '포기공시'를 내는 식이다. 이 기간에 대주주들은 보유주식을 고가에 쉽게 처분하고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선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뒤집어 쓴다. 금융감독원이 실상을 조사중인 V사의 경우 지난 2월 외자유치 및 피인수설로 주가가 급등하자 전 대표이사가 이를 틈타 보유 지분을 대거 처분해 의혹을 샀다. 이 회사는 더욱이 이후 2개월동안 조회공시를 통해 외자유치가 진행중이라고 밝히다가 지난 5월 '외자유치 결렬' 공시를 내고 다시 보름만에 외자유치를 성사시켜 투자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삼지전자의 임원과 최대주주는 지난 1~2월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호재성 공시가 나온 시기에 보유주식을 처분했다. 이들의 매각이 끝나자 삼지전자는 다시 '포기공시'를 내 투자자들을 우롱한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공시 자체를 번복하거나 재료를 늦게 공시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회사만도 올들어 지난 9월까지 61개사에 이를 정도로 공시문화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시장조치를 받더라도 대주주 등 내부자가 몰래 지분을 처분하는 등의 불공정거래는 밝혀 내기가 쉽지 않다. 대주주 지분이 위장분산돼 있다면 감시가 거의 불가능하다. 코스닥증권시장의 공시서비스팀 관계자는 "시장조치는 '공시 악용'을 솎아내는 1차적인 감독에 불과하다"며 "주가조작은 1차 감독에서 걸러지지 않을 정도로 각본이 잘 짜여진게 대부분이라서 결국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감독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