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박스권에서 완만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요일 뉴욕 증시가 국내 영향력이 큰 반도체 관련주 급락으로 혼조세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이틀간의 조정을 마치고 상승을 꾀하는 모습이다. 종합지수는 520선 주변을 오가며 매물대 돌파를 시도하고 있고 최근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코스닥지수는 60선을 돌파한 뒤 안착을 시도중이다. 16일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50분 현재 519.42로 전날보다 5.43포인트, 1.06%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1.06포인트, 1.78% 높은 60.63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강세는 최근 하방경직성 강화에 따른 심리적인 안정감에 해외 증시 상승,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의지 등이 반영됐다.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탄저병 확산 공포에도 불구하고 장 후반 낙폭을 만회하며 마감한 데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지수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안정됐다. 반도체 관련주 투자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그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65% 내렸지만 3/4분기 기업실적 악화가 이미 반영돼 큰 충격은 없으리라는 낙관론도 힘을 보탰다. 여기에 정부가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성화, 서비스산업 활성화 및 기업규제 완화, 2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 편성 등을 골자로 한 내수진작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매수세를 북돋웠다. 아흐레째를 맞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탄저균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같은 불확실성은 일단 뒤로 제쳐졌다. 종합지수는 그러나 좀처럼 520선을 뚫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매물대에 대한 부담으로 경계 매물이 지속적으로 출회되고 있는 가운데 테러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에는 여전히 펀더멘탈이 심리를 뒤따라 주지 못하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조정 후 반등을 맞은 시장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테러 이전 주가인 540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추가 모멘텀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일시적인 수급 강화나 심리 회복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크지만 현재의 경기 흐름이나 전황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매물대를 돌파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무리하게 추가 상승을 예단하고 추격 매수에 가담하기보다는 철저하게 박스권 대응에 충실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면서 지수관련 대형주의 가격 메리트가 사라진 시점에서 지수가 이틀째 7포인트 이내의 좁은 박스를 그리고 있어 개별 재료보유주나 내수관련주 등을 중심으로 한 종목별 대응이 유리한 상황이다. SK증권 김대중 연구원은 "뉴욕 증시가 혼조세를 나타냈지만 국내 주가가 아직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정부의 유동성 공급 기대감이 반영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밑변이 강화됐으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뉴욕 증시 안정, 아프간 사태 종결 등 추가 모멘텀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종목별로 전개될 빠른 순환매를 염두에 두고 단기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박시진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테러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기 전까진 해외 증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등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실제적인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펀더멘탈 측면에서 가시적인 신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신상품 출시에 따른 증권주나 외국인 선호주, 실적주 등으로 범위를 좁히고, 이 경우에도 어디까지나 순환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