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시장이 이틀째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좁은 박스권에 갇혀 위로도 아래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양상이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핵심 블루칩의 상승세는 주춤해졌고 개별 재료주나 실적호전주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활발해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증시가 급등세를 이어가는 등 이렇다 할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는 한 주가는 당분간 박스권에서 맴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시장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주도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수보다는 종목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당분간 시장관심은 3분기 실적이 호전된 종목이나 재무구조가 우량한 중소형주,테러이후 낙폭을 만회하지 못한 종목 등에 쏠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스권에 갇힌 증시=미국 나스닥시장이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지난주와 같은 큰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주 집중된 미국 주요기업의 실적발표와 경기둔화라는 실질변수 외에 추가 테러 발생 가능성 등이 급등세를 제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주말 1천5백억원 이상 폭발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순매수 규모를 줄이면서 관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수영향력이 큰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경우 대부분 외국인 지분율이 테러이전 수준을 회복,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성모 동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테러사태 이후 미국증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국내 자체적으로 상승을 이끌만한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증시가 다시 큰폭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강세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료나 실적따라 주가 춤춘다=15일 종합주가지수는 내렸지만 오른 종목수가 내린 종목수보다 많았다. 대형주보다는 소형주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개인선호주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활발했다는 얘기다. 미국에 탄저병 공포가 확산되면서 제약주가 초강세를 보인 것이 대표적.국내 제약사나 바이오벤처기업의 수익과 실질적인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녹십자 종근당 등 상한가 종목이 속출했다. 재료주와 실적호전주도 관심권에 진입했다. 모토로라와 무전기 수출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맥슨텔레콤과 장기연체 미수금을 상환받은 지누스 등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강원랜드 등록 수혜주인 동원도 상한가에 진입했고 외자유치를 추진중인 동양메이저도 10%이상 올랐다. 이밖에 동방이 흑자전환 기대감으로 6일째 오름세를 이어갔으며 3·4분기 실적이 크게 호전된 이수화학과 태창기업 등도 강세를 나타냈다. ◇숲보다 나무를 봐라=강성모 팀장은 "지수가 오르기 어렵다는 것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랠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라며 "따라서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속한 전기전자 철강 등 경기민감 업종보다는 건설 제약 음식료 등 내수주나 경기둔감주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백화점이 6일째 오른 것을 비롯 신세계 농심 롯데칠성 롯데삼강 등 내수주가 강세행진을 이어간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엄준호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증시가 쉬어갈때 나타나는 개인선호주 중심의 종목장세가 당분간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며 "제약 증권 건설 음식료 등 개인선호주와 내수우량주를 중심으로 한 매매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SK증권 선임연구원은 "540선의 매물부담으로 인해 지수상승은 제한된 상태에서 매물 소화과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테러 이후 업종상승률에 비해 주가회복이 부진한 종목의 상승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