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 > 현재 진행형인 미국 테러 참사 이후의 상황은 경기 침체의 골을 깊고 가파르게 만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전 세계적인 경기 부양 정책 공조와 수요 회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로 정책의 우선 순위가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경기 부양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상황을 과거의 경기 싸이클(business cycle)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경기 침체의 정도가 크고,공급 과잉의 수준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기의 급속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일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세계 주식시장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경기 악화가 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경기 침체의 본질이 IT(정보기술)산업 중심의 과잉 생산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문제는 불황의 핵심인 IT산업의 공급 축소가 아직도 일부 미국 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수요 창출 또한 요원하기만 하다. 이렇게 볼때 경기가 가시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성장성을 중시하는 종목 선택도 상당 기간 자제해야될 것으로 판단된다. 당분간 지수 중심의 대응 보다는 종목별로 압축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거래소 시장의 경우 PER(주가수익비율)수준이 사상 유례 없이 낮은 상태다. 더구나 저금리 효과가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증시는 아직도 기업실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PER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S&P500종목의 경우 평균 PER가 지난 95년말 17.47배,99년말 33.29배,지난 4일 29.15배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 거래소 기업들의 평균 PER는 14.40배,9.67배,6.9배로 크게 낮은 상태다. 연초 이후 가치주의 돌풍은 이러한 경기와 주가 수준의 차이에서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 상승을 주도했던 종목들이 대부분 매출 증가에 의한 성장성보다는 저금리와 구조조정의 누적 효과로 현재의 사업에서 이익을 극대화한 중소형 기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즉,경기변동에 대한 내성이 강하며 변화한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기업들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저금리 현상에 대한 사회의 적응도가 커질수록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앞으로의 증시에서는 전쟁의 부정적 측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테러 사건 이후 한달이 지났고 예상 가능한 모든 상황이 주가에 반영된 상태다. 각국 정부는 전쟁과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구체적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는 테러 사건 이후 늘어난 유동성의 향방에 관심을 둬야 한다. 테러 이후 급락한 가치주 특히,연말이 얼마남지 않은 만큼 배당성향이 높은 저가 가치주를 사둘만하다. 실제 지난 3월부터 미국 테러 사건 직후인 지난달 13일까지 비교한 결과 대우증권이 선정한 배당유망 40종목의 주가는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수익률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