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여건 개선 없는 기술적 반등이 한계에 봉착했다. 미국 테러사태 후 한때 470대 초반까지 급락했던 종합주가지수는 미국의 보복전쟁 이후 반등, 500선의 지지력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상승 시점을 찾고 있다기 보다는 개인 투자자의 순환매성 매수세로 지수가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모양새다. 500~540에 형성된 하락돌파갭을 뚫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그만한 재료가 필요하다. 경기에 대한 전망이 최소한 테러사태 이전만큼은 호전돼야 하며 미국의 테러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한다. 테러 전부터 아래로만 치닫던 미국 기업의 실적이 단기간에 회복될 리 없다. 실업자 증가 는 테러를 기점으로 가속도가 붙었다. 지금까지 경기 하락을 주도해왔던 IT부분의 과잉생산이 해소됐다는 뚜렷한 징후도 없다. 테러전 대세를 이루던 올해 4/4분기 회복론은 내년 2/4분기 이후 회복론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미국의 이번 전쟁은 걸프전과는 다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걸프전 때는 목표가 확실했고 공습 개시와 함께 미국의 승리로 결과가 굳혀졌다. 반면 이번 공습은 오히려 추가테러, 생화학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확전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과 함께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들이 경기 침체의 연장을 막기 위해 강력한 재정 통화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를 보기까지는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세액공제 주식저축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놨지만 10일 시장은 시큰둥했다. 11일에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도 있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증시 반등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다. 김인수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도 상승보다는 반락 공감대가 크다”며 “국내 증시도 그만큼 부담을 느끼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인 지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우선 급락세는 피했다는 안위감과 각종 불확실성로 인한 불안감이 교차하며 투자자들이 갈피를 못잡고 있지만 대세는 하락”이라고 장세를 전망했다. 증시가 개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도 지수 안정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기관은 5일째 거래소에서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는 7일째 매도세다. 기관의 매도세가 계속되는 한 지수관련 종목들의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지수를 받쳐주던 외국인도 10일 매도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 관계자들의 투자의견은 대부분 ‘추가하락을 대비한 현금확보’다. 황상혁 KGI증권 선임연구원은 “외부변수가 호전되리라는 뚜렷한 신호가 없는 한 물량 축소로 방향을 잡으라”고 당부했다. 이정호 연구위원도 “저점확인이 됐다는 보장이 없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매수시점을 연장할 것을 권했다. ‘가을 비 한번에 내의 한벌’이라는 옛 말이 있다. 겨울로 치닫는 날씨는 10일 온 비뒤에 한결 추워질 것이다. 경기 호전이 최소한 내년 2/4분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의미있는 증시 반등은 내년 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