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전쟁관련주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마디로 주가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테러사건 및 테러보복전쟁을 재료로 이들 전쟁관련주의 주가는 지난달 11일(미국 테러사건일) 이후 최고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정작 중요한 실적에는 별다른 호전 징후가 없다는 것이 배경이다. 당사자인 해당기업들도 전쟁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대해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달간 주가가 35%나 뛴 흥구석유 관계자는 "전쟁이 실적과는 큰 관계가 없는데 어떻게 주가가 오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증권사 시황전문가들은 "전쟁관련주란 최근 주도주와 대형 재료가 사라진 공백기를 틈탄 '억지형 테마'성격이 짙다"며 "실적 동반여부를 감안한 차별화된 투자가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전쟁관련주의 단기 급등=9일 코스닥지수는 미국 테러사건 직전인 지난달 11일에 비해 10.3% 하락했다. 그러나 전쟁관련주로 분류되고 있는 10여개 코스닥 종목중 주가가 이보다 못한 종목은 하나도 없다. 중앙석유는 이날 현재 7만9천8백원으로 무려 92.7%나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 단순 주가로는 가장 높은 흥구석유도 33만4천원으로 35%나 상승했다. 방산업체인 테크메이트도 테러사건 직전에 비해 73.5%나 뛰었다. 영상 보안장비 업체인 3R은 34% 급등했다. 넷컴스토리지 오픈베이스 등 데이터 백업시스템 업체들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적은 없다=관련 기업들은 아직 "실적에 별다른 징후가 없다"는 반응이다. 군용 레이더 등을 생산하는 테크메이트 관계자는 "지난달 테러사건 이후 국내외에서 새로 제품 주문을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데이터 백업시스템을 개발하는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관계자도 "전반적인 IT(정보기술)부문 투자가 위축된 상태여서 민간쪽에서 큰 기대를 걸고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정태홍 애널리스트는 "전쟁 재료로 주가가 오른 IT종목의 경우 허와 실을 가릴 필요가 있다"며 "스토리지업체의 경우 전쟁이 실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전략=전쟁 관련재료는 대부분 시장 공백기를 틈탄 아전인수격 재료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전쟁이 길어져 일부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해도 실제 실적으로 그 효과가 구체화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상 보안장비의 경우는 해외 수출,스토리지 업체는 국내 금융기관중에서 시스템 확충이 미비한 증권회사에 대한 수주능력이 높은 업체 등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적 확인없이 밑도 끝도 없는 재료만을 믿고 추격매수하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K증권의 이희정 애널리스트는 "전쟁 관련주로 꼽히고 있는 기업중 일부는 적자기업도 포함돼 있는 등 실적이 부진한 기업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