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참사의 충격으로 잊혀져 있던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국내 8월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20.1% 감소하고 미국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보다 크게 떨어지는 등 경기침체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양상이다. 전날 국내및 미국 증시에서 반등세가 나타났지만 기술적 반등이란 시각이 강하다. 테러 참사의 영향이 반영된 경기지표가 본격적으로 발표되면 어느 정도의 찬바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보복 공격 시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당분간 증시를 옥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악화되는 경기 지표 =미국및 한국경제에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6월부터 4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발표된 9월 지수는 전달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전날 발표된 8월 미국 경기선행지수(109.6)도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8월 국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0.1%나 줄어 올들어 하락폭이 가장 컸다. 당분간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특히 IT(정보기술)부문의 불황이 전통 제조업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의 8월 내구재 주문 동향도 현재로선 전달보다 0.6% 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국내증시에 대한 영향 =전날 발표된 한국의 수출증감률과 미국 경기 선행지수가 증시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은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테러 사건의 충격을 반영치 못한 지표라는 점도 작용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를 비롯한 주요 경기 지표가 과거보다는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경기 악화는 증시의 운신 폭을 좁힐 수 밖에 없다.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추세적인 상승은 당분간 어렵다는 얘기다. 동양증권 박재훈 차장은 "미국 경기 회복 시점이 당초 기대했던 올 연말에서 최소한 내년 1.4분기 이후로 늦어질 것이 확실시돼 국내 경기 회복 지연도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박 차장은 특히 "미국 테러 사건 이후 자동차와 항공 등 전통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감원이 실시되고 있다"면서 "IT에 이어 구경제 부문의 경기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