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저금리로 확보된 풍부한 '실탄'(유동성)을 무기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이 높은 대형주를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우위 속에 일반인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개인 '큰손'들은 주로 미국 테러 참사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현금 확보를 위해 처분한 대형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대량 주문 늘었다=24일 증권거래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테러 참사 이후 건당 1억원 이상의 대규모 주식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21일까지 8거래일 동안 1억원 이상 매수호가는 하루 평균 3천5백60건으로 집계됐다. 테러 참사 이전인 3∼11일(7거래일)의 2천6백건보다 36.9%나 늘었다. 1억원 이상 매수호가 금액(9천1백65억원)도 테러 참사 이후 42.2%나 증가했다. 1억원 이상 매수호가 중 실제 거래가 체결된 건수(1천9백40건)는 61.7%,체결금액(4천7백40억원)은 72.7% 늘었다. 1억원 이상 매도호가와 금액,체결건수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큰손'들이 활발한 매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큰손' 주도의 일반인 장세=테러 참사 이후의 국내 증시는 개인 '큰손'이 주도하는 일반인 장세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4월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강했던 1,4월에는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면서 지수가 상승탄력을 받자 개인은 차익실현 욕구로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연초부터 종합주가지수가 620선까지 치솟았던 지난 1월22일까지 외국인이 2조4천1백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조6천1백80억원어치를 팔았다. 지수가 연중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 4월10일부터 고점을 기록했던 5월29일까지도 외국인이 2조4천67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비해 개인은 2조1천6백8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미국 테러 참사 이후인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외국인이 3천8백9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6백6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큰손' 무슨 종목 샀나=1억원 이상 매수호가 중 체결된 건수가 많은 종목은 하이닉스반도체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등의 순이었다.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국민은행 삼성전기 LG전자 포항제철 등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테러 참사 이후 외국인이 '팔자'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이다. '큰손'들이 이처럼 단기 낙폭이 큰 대형주를 사들이는 데는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국내외 증시가 안정세를 찾을 경우 이들 종목이 강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망 및 대응전략=증시 전문가들은 일반인의 힘만으로 지수가 강한 상승세를 타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과거의 사례를 봐도 개인들의 매수세만으로는 지수가 탄력을 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다만 활발한 개인 매수세가 지수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분도 과장은 "최근처럼 등락을 거듭하는 장세에서는 재료를 보고 단기 매매할 것인지,중장기 투자를 할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투자전략을 가진다면 경기방어주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