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미국발(發) 대공황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것인가' 지난 10여년 동안 정보통신(IT)산업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 기대감으로 미국의 주가가 지나치게 과대 평가돼 거품이 하루 아침에 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다. 최근의 미국 주가 하락이 이를 잘 보여준다. ◇ 대공황 직전과 비슷 =1920년대는 낙관론이 지배한 시기였다. 전기 자동차 라디오 등의 신기술이 대중화되는 시기였고 지금과 같이 높은 경제성장과 저물가 현상이 지속됐다. 1990년대 들어 IT기술 발전이 가져온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높은 경제성장과 기술진보에 대해 미국 정부와 학계에서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점도 지금 상황과 다를게 없다. 대공황 이전의 쿨리지 미국 대통령은 당시 경제상황을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황금기로 평가했다. 당대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어빙 피셔도 주가붕괴가 있던 1929년 10월 주가가 오히려 과소평가돼 있어 계속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 중요 경제지표도 닮은 꼴 =1920년대의 경제성장은 1990년대의 경제성장에 못지 않았다. 산업생산지수를 비교해 보면 1922년 대비 1929년 산업생산지수는 50% 상승했다. 1999년의 산업생산지수는 1992년과 비교해 37% 늘었다. 국내총생산(GDP)도 각 시점의 7년전과 비교,41%(1929년) 47%(1999년)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1990년대 장기간 저물가.고성장 추세는 1920년대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있다. 1920년대는 물가상승 없이 고성장이 가능했던 시기로 1990년대보다 더 뚜렷한 신경제의 징후를 보였다. S&P 500지수로 살펴본 주가 상승의 양상도 비슷하다. 1990년대는 1992년에 비해 S&P 500이 2백55%까지 상승했다. 1920년대의 경우 1922년 대비 3백30%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 ◇ 20년대 신기술이 더 강력 =1920년대는 제2의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동차 전화 라디오 등이 일반 대중들에 보급된 시기였다. 전기와 전기모터의 보급은 현대적 대량 생산체제를 가능케 해 생산성 향상을 가져 왔다. 1990년대의 인터넷 보급은 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1920년대 전기 라디오 자동차 등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경기성장에 크게 기여한데 비해 인터넷 혁명은 구(舊) 경제활동과 서비스를 대체하는 효과가 강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는 작았다. ◇ 거품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야 =현재 미국 주가가 과대 평가돼 있다 할지라도 언제 어떻게 주가 폭락이 발생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가계의 절반 정도가 직접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뮤추얼펀드나 연금 등으로 주식을 간접 보유, 주가 붕괴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연구원의 김근수·강창윤 연구위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거품 붕괴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미국 주가 하락과 그에 따른 부의 감소로 총수요가 감소한다면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의 수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었다. 주가 동조화 현상이 큰 한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며 신용경색과 취약한 수익구조를 지닌 한국기업의 도산 위험이 증가할 것이다. 이같은 외부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금융 기업의 구조조정을 과감히 시행, 국내 불안요인을 사전에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부채비율을 낮춰 외부충격에도 내성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