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가 3년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 11일 테러발생이후 휴장됐다가 17일 개장한 미국 증시는 20일까지 4일간 수직으로 떨어졌다. 4일간의 낙폭은 다우가 12.8%,나스닥이 13.2%. 전체 상장주식의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는 S&P500지수도 9.9% 주저앉았다. 20일 종가기준으로 나스닥과 S&P500지수가 각각 1,500과 1,000선이 무너졌는데 이는 98년 10월이후 3년만에 처음이다. 지난 4일간의 주가하락으로 미 증시의 시가총액이 1조2천억달러(약 1천5백조원) 줄었다. 1조2천억달러는 프랑스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다. 증시 추락의 원인은 한마디로 '불확실성'이다. 테러사태로 항공관련업종의 주가가 반토막나는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는데다 미국의 보복전쟁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예측하기 힘든 탓이다. 폴 오닐 재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20일 상원청문회에서 "테러이후에도 경제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테러가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주겠지만 조만간 회복될것"이라고 역설했지만 '불확실성'을 제거해주진 못했다. 8월 신규주택건설이 6.9% 감소하는 등 그동안 위축되는 경제를 겨우 지탱해주는 보루중 하나였던 주택건설시장이 무너진 것도 주가 낙폭을 크게 한 요인이었다. 월가의 분위기는 '잔뜩 흐림'이다. "가뜩이나 테러사건전에도 어렵던 경제가 테러이후 곧바로 침체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앨런 아크만 파넨스탁투자회사 사장) SG코웬의 수석전략가인 찰스 프라딜라는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받은 미국 국민들 앞에 경제·정치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한 주식값이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제거되거나 기업 이익이 회복된다는 확실한 신호가 있어야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다. 물론 낙관론도 있다. 모건스탠리딘위터의 수석투자전략가 바톤 비그스는 "지금 증시는 거의 투매수준이지만 앞으로 더 떨어진다 해도 5~10% 추가 하락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통상 바닥이 가깝다고 생각될때는 그에 앞서 주가가 급등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한다. 와델&리드투자회사의 헨리 해리만 사장은 "일반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락할때마다 따라서 매도했지만 항상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지금은 주식을 싸게 살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주장한다. 정부와 의회의 피해지역 복구대책과 테러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산업등에 대한 강도 높은 지원으로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근거에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