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내년 1월부터 개별종목 선물.옵션 거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증권가에서는 '뒷북치기의 전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증권거래소에서 도입을 건의할 때는 불공정거래의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나몰라라' 하다가 정작 홍콩증시에서 10월부터 국내 5개 상장종목의 선물.옵션을 상장하겠다고 '선수'를 치자 뒤늦게 제도 도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재경부는 오는 2004년 1월1일부터 모든 선물은 선물거래소로 이관한다는 원칙까지 밝혀 그동안 이관에 반대해온 증권거래소측의 반발도 예상된다. 개별종목 선물.옵션은 주가지수 선물.옵션과는 달리 개별 기업의 주가를 예측해 거래하는 상품이다. 개별종목 선물은 특정주식을 현재 정하는 가격(선물가격)으로 미래 일정시점에 사거나 팔 것을 약속하는 거래방식이다. 개별종목 옵션은 특정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권리행사가격)에 장래에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나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매매하는 방식이다. 선물.옵션 거래 대상종목은 5∼10개 정도다. 홍콩 증시에서 선물.옵션 거래 대상으로 상장될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국민은행 등 5개 종목은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거래소는 이들 종목 외에 추가로 5개 종목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선 포항제철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주택은행 담배인삼공사 신한금융지주 등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제도가 도입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다 다양한 투자상품을 접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리스크(위험)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종목옵션을 이용해 주가급등락 현상을 완화시키고 증시의 유동성이 증대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제도가 제대로 실시되려면 증권사들의 전산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나 아직 그렇지 못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 증권사가 서버 및 네트워크 용량을 늘리고 주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만 최소 3∼4개월 이상이 걸린다"며 "충분한 테스트 기간 없이 성급하게 도입할 경우 자칫 전산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자의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도입될 경우 현물시장과 또 다른 형태의 시장변동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이나 기관 등과 달리 정보에 약한 '개미'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건호.양준영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