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당초 우려했던 만큼의 폭락 사태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18일 국내 증시는 반등세를 보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지만 미 증시가 갖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얻어낸 '인위적인' 결과라는 점에서 불안감을 쉽게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미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급등락을 반복하는 '널뛰기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테러 참사 이후의 상황전개가 불투명한 데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어둡고 주요 기업들의 3.4분기 실적 악화 경고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급등 아니면 급락 =국내 증시는 미국 의존도와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이 높고 정치 및 경제상황의 불투명성 등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다. 실제 국내 증시는 지난 87년 10월 '블랙먼데이'를 비롯한 주요 사건이 생기면 이후 한달 가량 널뛰기 장세를 지속했다. 악화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지표도 국내 증시에는 부담스럽다. 오는 26일과 다음달 1일 각각 발표될 소비자신뢰지수와 NAPM(전미구매자관리협회)지수 등 '파괴력' 있는 지표들이 상당히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율 움직임도 좋지 않다. 미국의 테러 참사 이후 유로나 엔화 등 기축 통화에 비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과 달리 한국을 비롯한 대만과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달러화가 강세다. 이는 주요국이 금리를 잇따라 내리는데도 한국은 물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다만 주가가 그동안 심리적인 요인으로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대목은 무엇보다 좋은 호재다. 외국인 동향이 변수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은 근래 보기 드물게 1천1백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미국 테러 참사 직후인 지난 12일(1천1백54억원 순매도)을 제외하면 지난 7월24일(1천7백75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규모는 테러 충격의 강도에 비하면 '관망세'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원치 않아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외국인도 종합주가지수 500포인트 이하에서는 주식을 팔 의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 뮤추얼펀드 등의 환매 요구가 터져나오면 이머징마켓중 편입 비중이 높고 유동성이 좋은 한국과 홍콩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자금 이탈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여서 외국인이 주식형 펀드에서 채권형 펀드로 갈아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미국 증시가 얼마나 빨리 안정세를 보이느냐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 대응은 =증시 전문가들은 급등락 장세를 우량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역이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우증권 홍성국 부장은 "그동안 주가가 비싸 사기 힘들었던 우량주와 배당투자 유망종목 등을 저점 분할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홍 부장은 "경제지표의 악화 추세와 미국 기업들의 실적 경고 등을 감안할 때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나치게 고평가된 코스닥 시장의 닷컴 종목들을 처분하고 우량주로 갈아타는 종목 교체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근본적으로 회복하려면 미국 증시의 안정세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호흡을 길게 갖고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지난 87년 10월 '블랙먼데이' 때도 세계 증시가 역사적으로 유례 없는 큰 변동성에 시달렸다"면서 "당분간 급등 아니면 급락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