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종합지수는 연중 최저치로, 코스닥지수는 사상 최저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급락 이후 월요일을 맞이한 시장은 지난주말 유럽 증시 급락 영향에다 미국이 사실상 보복의 강도를 높여 전쟁단계에 진입했다는 관측에 따라 약세를 지속했다. 특히 미국 시장 재개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단기 급락 예상에 기울며 보유물량 줄이기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보복공격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보복 공격에 따른 전쟁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충격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기적으로 낙폭이 과대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보수적이되 차별적인 시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KGI증권 조사부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개장이 돼야 향후 방향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경제변수보다는 정치 군사적 상황, 전쟁의 장기화 여부가 주된 관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종합주가지수는 468.76으로 지난 금요일보다 13.53포인트, 2.81% 떨어진 수준에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46.05로 4.16포인트, 8.29% 하락하며 마쳤다. 이날 국내 주가는 급락하고 금리가 낮아지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도 1,300원대로 접근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특히 달러/엔이 급락하고 이에 따라 닛케이지수의 폭락이 농후해지자 일본 외환당국의 달러 매수개입에 나서자 달러/엔이 순식간에 1엔 이상 급등하는 등 시장의 긴장도가 높아지며 변동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변국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달러/원 환율이 상승폭을 넓히고 주식시장에서 불안감을 전파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450선의 지지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으나 미국 시장 개장 충격과 전쟁의 장기화 여부 등 정치·군사적 상황 전개에 대한 예측이 가늠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긴급 경제대책에서 가격제한폭을 조정할 뜻을 피력했으나 아직 별다른 조치가 없고 여타 대책의 수준이 해외 악재를 떨쳐낼 만큼 실효성에 의문을 주고 있어 투자심리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KGI증권 조사부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5∼7% 가량 하락한 뒤 안정을 찾아간다면 국내 지수는 450선에서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당분간 500선 이상으로 갭을 메울만한 요인은 발견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소에서 하락종목이 777개에 달하고 이중 231개가 하한가를 맞았고 코스닥의 경우는 투매가 빚어지며 하락종목이 627개, 458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거래는 그리 줄지 않고 있어 오히려 추가 하락 가능성으로 비춰지는 실정이다. 거래소 거래량은 지난주 10억주의 거래량 꼭지를 본 뒤였으나 이날 거래량이 7억2,000만주에 달했다. 코스닥은 지난주 3억5,000만주에서 2억1,000만주로 거래가 줄었다. 업종별로는 통신업을 제외한 전업종이 하락했으며, 코스닥시장은 전업종이 쓰러졌다. 개인 선호종목이 하이닉스가 거래량 4억3,000만주 거래 속에서 하한가로 추락했다. 지수관련 대형주 중에서 삼성전자가 3% 이상 떨어지며 16만4,000원으로 마쳤고, 한국통신, 주택은행, 현대차, 기아차 등이 떨어졌다. 반면 외국인 매수세가 붙은 SK텔레콤, 포항제철, 국민은행 등이 상승세를 유지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전멸한 가운데 특히 새롬기술과 옥션, LG텔레콤 등이 하한가로 급락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