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에 대한 무차별적인 테러사건이라는 전대미문의 폭풍에 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휘말리고 말았다. 12일 종합주가지수는 12.02%나 폭락,사상 최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반등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우선 팔고 보자'는 투매물량으로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12일 주가 폭락은 예상된 일이었다며 앞으로 3~5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에 대해 무차별적인 테러를 저지른 집단과 이들의 목적이 단기간 내에 밝혀지고,이에 따른 미국의 대응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정 국가와의 전쟁으로 비화될 경우=만일 미국이 특정 국가를 배후로 지목,전쟁을 치를 경우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간 전쟁으로 비화될 경우 세계적인 금융시장 경색현상이 심화될 것은 뻔하다. 유가가 속등하고,안전자산 선호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위축된 미국 경기를 비롯한 세계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경기도 마찬가지다.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되던 경기 회복 시점이 늦어지면서 증시도 약세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국내 주가 수준을 점친다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전쟁이 어느 정도로 확산되느냐에 따라 국내 주가도 춤을 출 수밖에 없다(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미국 내 피해로 단기간에 수습될 경우=이번 테러를 저지른 집단을 찾아내 이에 대한 속전속결식 '응징'으로 끝낼 경우 파장은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세계경제와 국내 경제가 받을 타격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의 경우 450선을 지지선으로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미국이 테러사건에 대한 수습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피해 복구에 나서면 IT(정보기술)주의 수출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알프레드 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는 주장도 있다. "현재 경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신속한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정책을 취할 경우 국내 주가는 예상보다 빨리 이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도 높다(정태욱 현대증권 이사)"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조심스럽게 저가 매수전략을 구사해봄직하다. ◇사건이 장기 미궁에 빠질 경우=최악의 경우다. 미국이 테러의 주범을 밝혀내지 못하고,뚜렷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한 채 혼란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의 흐름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특히 "미국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돼 뮤추얼펀드에 대한 환매가 한꺼번에 몰릴 공산이 크다(이남우 삼성증권 상무)"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는 장기간 약세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김석중 교보증권 상무)"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섣부른 투매나 저가 매수전략을 구사하기보다 당분간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고 입을 모은다. "이날 급락에 따른 반등이 나오더라도 테러사건의 해결 방안이 찾아질 때까지는 당분간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지적이다. 하영춘·윤성민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