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애인더스와 영남제분 주가조작 사건을 계기로 들여다본 작전(作戰) 세계의 내부는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작전 유형도 천차만별이고 주가 조작에 참여하는 세력의 수준도 날로 향상되고 있다. 브로커에게 회사 자금을 맡겨 시세를 조작하는 고전적인 수법에서부터 기존 유형의 장점만을 골라 전략을 세우는 "타산지석형", 시장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2-3일만에 주가를 끌어올려 털고 나오는 "번개작전" 등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사장님, 관리 한번 받아보시죠 =최근 등록을 준비중인 지방의 K벤처기업 CEO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주가관리 컨설팅을 받으라'는 전화를 받는다. 등록 기업의 주가관리 브로커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주로 증권사 객장 브로커나 사채업자, 사설투자자문사(부티크) 등이다. 이들은 등록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에 은밀히 접근한다. 등록예비심사 청구를 통과했거나 청약을 앞둔 대부분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이런 제안을 받고 있다. S증권사 객장 브로커 출신으로 사설투자자문사를 운영하는 김모(37)씨는 "코스닥 심사청구기업 리스트가 나오면 해당 기업에 전화로 안면을 익힌 뒤 일일이 찾아 다니며 주가관리 컨설팅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던 이들도 수차례 거듭되는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등록 기업 중에도 증시가 침체된 상황에서 유상증자 등을 앞두고 자금이 부족한 CEO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 작전은 진화한다 =작전을 뿌리 뽑으려는 감독당국의 처방이 강도를 더할수록 이른바 '세력'들은 '신병기'로 대처하고 있다. '번개작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중.소형주로 활동 무대를 옮기면서 2~3일만에 털고 나오는 '게릴라식' 작전을 펴고 있다. '타산지석형'도 있다. 이 작전의 특징은 해당 기업의 대주주가 전면에 나선다는 것이다. '작전사령관'인 브로커는 주식매집 1차상승 2차상승 물량털기 등 4단계로 나눠 일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주주명부 파악, 유통 물량, 6개월간 평균거래량, 소요자금 등 치밀한 구상을 짜는 것은 브로커의 몫이다. 공모주 청약을 노려 시장에 잠입하는 작전세력은 5천억~1조원을 굴리는 '불가사의'한 존재로 작전세계에서 최고수로 평가된다. LG투자증권 Y지점장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은 대규모로 공모주 청약에 참가했다가 환불일에 슬그머니 시장에 눌러앉는 식으로 시장에 잠입해 감독기관의 미행을 따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전이 붙었다는 루머가 돌면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기현상이 생기고 이를 역이용한 세력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대박을 노린 묻지마 투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건전한 투자 관행을 서둘러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