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위의 PC메이커인 휴렛 패커드가 2위 PC메이커인 컴팩 컴퓨터 인수를 발표한 뒤 4일 뉴욕증시에서 양사의 주가는 모두 폭락했다. 하락폭은 휴렛 패커드가 자그마치 18.70%, 컴팩은 10.28%. 이는 과감한 합병이 가져다 줄 결과가 휴렛 패커드가 생각한 것 만큼 장밋빛이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휴렛 패커드의 대표로 통합기업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은 칼리 피오리나는합병후 1만5천명을 감원하고 새로 탄생하는 회사를 더욱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빨리변신시키겠다는 야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지금 처럼 PC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휴렛 패커드의계획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기업의 PC 출하량은 올해 10%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세계 PC 출하량은15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합병작업을 진행시키는 것은 경영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으며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합병사는 지금에 비해 더욱 치열한 가격인하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같은 환경은 새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많다. 컴팩은 이미 델 컴퓨터로부터의 가격할인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올해 초 제1의 PC 메이커 자리를 델에 넘겨줬다. 동종업계간 경쟁 속에 휴렛 패커드의 순익은 지난 2.4분기에 89%나 줄었다. 컴팩의 경우 81% 감소했다. 경기회복이 조만간에 이뤄질 이라는 보장은 아직 없으며피오리나 회장 자체도 경기가 수개월 내에 당장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통합기업의 매출은 내년과 2003년에 각각 5%씩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기업은 또 PC, 서버 컴퓨터 등 거의 모든 제조상품 분야에서 경쟁을 하게될 IBM으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IBM은 워낙 튼튼한 시장기반을 갖고 있는데다 고객관리에서도 상당히 앞서 있다. 휴렛 패커드와 컴팩은 그간 감원이 있었던데다 합병을 하면서 추가로 대량감원을 하게 될 경우 사기가 떨어진 임직원들을 추스르는 일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분석도 있다. 보통 대형 합병이 계획 발표에서 완료되기 까지는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린다.이미 컴팩은 지난 98년 디지털 이큅먼트를 인수한 후 인적, 물적 자원을 재편성해경영이 제자리를 잡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경험했었다. 디지털 이큅먼트를 인수하고 기대했던 매출 및 수익의 증대는 이뤄지지 않은 대신 델 컴퓨터에 PC 메이커 1위자리를 내주고 휴렛 패커드에 인수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이에따라 분석가들은 휴렛 패커드가 컴팩을 인수한 후 악화되고 있는 시장환경속에서 얼마나 합병기업을 잘 꾸려가고 매출과 수익을 본 궤도에 올릴 수 있는지에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이날 주가폭락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외 합병기업의 독점혐의 조사도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다. PC 부문에있어 합병사는 기존의 매출 그대로라면 시장의 3분의 2을 차지하게 된다. 반독점 논란은 프린터와 서버 컴퓨터 시장에서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피오리나회장은 수주내에 EU(유럽연합) 경쟁위원회의 마리오 몬티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