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1일은 한국 기업구조조정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이달말까지 현안기업에 대한 처리를 완결하겠다고 공언해왔으며 협상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현대투신증권 매각협상과 관련해 AIG컨소시엄과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닉스반도체의 유동성 위기가 또다시 불거지고 대우차협상도 난항을 겪는 등 기업구조조정은 여전히 종착지를 알 수 없는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정부와 채권단은 31일 하이닉스반도체의 추가지원안을 확정하기 위한 채권은행장회의를 열 계획이며 대우자동차도 이날이 매각협상의 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도 31일이 향후 처리방침이 최종 결정되는 날이기도 하다. LG투자증권 김주형(金柱亨)상무는 "31일은 기업구조조정 완결기가 돼야 할 올 하반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날"이라며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유동성지원이 확정되고 대우차협상과 관련해 정부의 처리 방향의 윤곽이 드러날 경우 금융시장에서는 미래의 불투명성이 상당부분 해소되는 것인 만큼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 하이닉스반도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3조원 출자전환과 부채만기연장 등 정상화 방안의 골격을 잡은 가운데 31일 채권은행장 회의를 통해 지원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지원여부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로 간다는 시나리오를 세웠지만 실현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이닉스로서는 대외신인도 추락에 따른 영업력 훼손이 예상되고 은행 입장에서도 법정관리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갑자기 생기는데다 담보가 거의 없는 2금융권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공멸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하이닉스를 더이상 이대로 끌고 가는 방안은 무리라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고 투신사.리스사들은 하이닉스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채권은행장 회의에서 정상화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체 채권금융기관회의서 정상화 방안이 통과되기란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하이닉스 정상화방안이 확정되더라도 하이닉스는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의 신용평가기관들이 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앞다퉈 내린데다 3조원 출자전환 등 6조원에 이르는 지원으로는 하이닉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조치만으로는 미흡하며 신규자금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단가하락에 따른 반도체 업계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감안할 때 외국언론, 금융기관의 시선이 곱지 않아 이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 대우자동차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우자동차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사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31일까지 매듭하도록 채권단을 독려하겠다고 누차 밝혔다. 정부는 GM측이 대우차 부평공장을 인수하지 않으면 국내외업체에 위탁경영을 하거나 공기업화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비상계획의 하나로 검토했으나 최근 위탁경영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GM측은 최근 "협상 테이블은 열려 있다"고 밝혀 협상에 유연한 입장이나 우리측에서는 협상을 재촉하는 듯한 발언이 잇따라 나와 아직까지 협상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진행중임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대우차 채권단은 금명간 채권단 전체회의를 열어 그간 협상 성과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차 매각은 그간 추진해온 구조조정의 완결이라는 점에서 성사될 경우 국가신인도 제고 등 긍정적 영향은 크지만 결렬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조건으로 협상이마무리되면 그 후유증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 처리 금융감독원은 35개 워크아웃기업과 관련해 지난 10일까지 각 채권단으로부터 처리방안을 취합했으며 현재 각 기업별로 채권단협의회가 열려 최종 처리방안을 마련중이다. 금감원은 31일 최종방안들을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31일 최종방안을 일괄해서 발표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법정관리나 화의 등 퇴출되는 기업이 있더라도 특정기업 이름을 발표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일단 대부분 워크아웃기업 처리를 고합처럼 우량부분과 부실부분으로 나눠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금감원과 채권단 일각에서는 워크아웃중 영업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기업 1∼2개는 퇴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1∼2개사는 영업실적이 대폭 신장돼 추가 조기졸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채권단이 금감원에 보고한 처리내용에는 퇴출기업이 없었으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지난 주말부터 개별 기업별로 이뤄지고 있는 채권단협의회에서 퇴출여부가 최종결정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은행권 주변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최근 워크아웃 기업과 채권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개선되지 않고 구조조정도 더디다고 판단, 다음달부터 실시되는 상반기 경영평가분부터 평가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종전에 임직원 경고 등을 받은 기업의 경우 이번 평가에서 개선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전원 교체, 해임권고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