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외국인은 미국 증시의 동향이나 경기 여건보다는 달러화 가치 변화에 따라 매매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백20엔대 이하로 하락(달러화 가치 하락)하면 국내 증시에서 매수 우위를 보이는 반면 엔·달러 환율이 1백20엔 이상으로 상승할 움직임을 보이면 매도 우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백20엔 안팎에 형성됐던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을 3일 연속 사들였다. 일별 순매수 규모는 △16일 4백14억원(엔·달러 환율 1백19.90엔) △17일 1천2백1억원(1백20.24엔) △20일 1백46억원(1백20.70엔) 등이다. 지난 22일에도 오전 한때 엔·달러 환율이 1백20엔 이하로 하락하자 매수 우위를 보이다가 오후 들어 환율이 1백20엔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매도 우위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날 외국인이 3백억원 이상의 매수 우위를 보인 것도 상당 부분 엔·달러 환율의 하락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외국인이 달러화 가치에 민감한 것은 달러화 표시 자산이 약세를 보일 경우 비(非)달러화 자산을 늘리려는 경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동희 피데스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외국인의 매매태도는 경기 여건이나 전날의 미국 주가보다 환율 동향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달러화 약세가 단기적으로는 국내 주가 방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