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부가 발표한 현대투신 매각협상 내용은 적지 않은 특혜 시비를 부를 전망이다. 일부 항목에서 양자간에 이면 협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없지 않다. 정부는 '추후' 공개를 약속하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본협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대투신 매각협상에 정상 기업인 현대증권이 덤으로 얹혀 팔렸고 AIG측에 일정한 투자수익률을 보장한데다 주식 할인매각 등 이해하기 힘든 대목도 한둘이 아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는 현대투신 처리를 미루거나 원칙대로 청산 처리할 때의 사회적 비용이 더욱 크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지만 현대투신의 부실 규모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래저래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의결권 있는 우선주 =AIG는 4천억원을 투입, 현대증권의 의결권 있는 우선주를 인수한다. 5% 배당이 보장됐고 보통주처럼 의결권도 가진다. 지분율은 29.45%로 기존의 최대주주였던 현대상선 지분보다 훨씬 높아진다. 현대상선 지분은 종전의 16.6%에서 11.75%로 낮아진다. 현대상선의 의결권은 제한되고 추후 제3자에게 매각을 위탁해야 한다. 현대상선의 지분 문제는 AIG와 현대측의 별도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IG의 신주인수 가격은 시세에서 10% 할인발행된다. 소액주주들은 의결권 있는 우선주에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할인 혜택까지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앉은 자리에서 적지않은 주당 가치의 희석을 당하게 됐다. 그러나 AIG측은 주당 7천원 이상은 지불할 수 없다며 이날 발표를 반박하고 있어 앞으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 AIG의 지분구조 =현대증권에 출자된 4천억원은 곧바로 현대투신증권에 우회 출자된다. 4천억원으로 현대증권과 투신증권 지분을 2중으로 확보했다. 자본충실의 원칙이 배제된 셈이다. AIG는 현투에 대한 직접출자 6천억원을 포함해 모두 55%의 지분율을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현투운용에 1천억원을 출자하고 이 자금이 다시 현투증권에 출자된다. 지분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이 경우 상호출자가 되지만 이들 3사가 30대그룹에서 제외돼 제한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 ◇ 정부 지분 =현투증권에 대해 45%의 지분을 확보한다. 현투운용에 대해서도 28.5%의 지분을 AIG와 동일 비율로 갖는다. 정부 출자금은 전부 9천억원인데 이 중 현물이 2천5백억원, 현금이 6천5백억원이다. 현물은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일임한 현대택배 등 계열사 주식이다. 현금출자는 증권금융과 예보공사가 분담해 맡게 된다. ◇ 감자 불가피 =현대투신에는 공적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 대한 감자(자본감축)가 뒤따른다. 완전감자를 할지, 대주주 소액주주를 구별해 부분감자를 할지는 금감위 결정 사항이다. 그러나 완전감자가 확실시된다. 현대투신은 지난해 자체 정상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2만4천명의 소액주주에게서도 주당 6천원씩 쌈짓돈을 출자받았다. 이들의 반발도 예견된다. ◇ 성과도 있다 =무엇보다 현대투신은 2조원의 자금으로 부실을 털고 자본 잠식에서 벗어나면서 건전한 금융회사로 거듭날 기반을 마련했다. 전체 투신권에도 최대 불안 요인 하나가 제거됐다는 의미다. 또 AIG라는 유수 국제자본이 현대증권의 경영을 맡게 되면서 업계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대외신인도 개선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