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거래일 기준으로 엿새만에 반등 논리를 접고 조정에 들어갔다. 국내 주가는 지난주 내내 미국 나스닥지수가 기업실적 악화에 재차 직면하며 2,000선 밑으로 떨어진 뒤 우왕좌왕 하는 사이, 나름대로 우회로를 타며 반등의 길을 모색했었다. 반등의 길은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나왔었다. 연말이면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던 정부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해외경기 회복사인이 지연될 것이라는 보고가 8월에 들어서도 잇따르자 정부가 경기살리기에 나서기로 작정했던 것이 배경이다.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필두로 수출·설비투자 확대 지원에 이어 내수경기를 살려 수출부진을 보전하는 쪽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잡고 그 수단으로 재정확대와 함께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를 유도했다. 콜금리 결정의 주체인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비판과 물가불안을 야기한다는 걱정을 난상토론 끝에 물리치고 경기침체를 막는다는 명분에 7월에 이어 8월에도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중앙은행이 나서 이례적으로 두달 연속 금리를 내리고 은행권이 동조하면서 수신금리를 내리면서 금리하락 기조가 자리를 잡았다. 단기부동화된 시중자금이 채권 사자 열풍을 몰고 왔고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개막이라는 플랭카드가 금융시장에 내걸렸다. 해외시장에서 급부상한 달러약세 논란도 거들었다. 이런 가운데 종합주가지수는 경기 부진과 실적 악화 코너에서 빠져나와 금통위의 콜금리 인하가 결정된 다음날인 10일부터 550선에서 580선까지 꺾일 듯하면서도 상승세를 이었다. 정부의 경기살리기 대책에 따른 수혜주로 건설주가 부상했고 은행, 증권, 보험, 종금 등 금융주가 순환매로 돌면서 대중주의 기세가 반도체 관련주가 잠시 정체를 보이고 있는 사이 시장의 전면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를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요약했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3.90포인트, 2.39% 떨어진 567.09로 마감, 지난 9일 이래 엿새만에 큰 폭으로 떨어지며 마감했다. 코스피선물 9월물도 2.10포인트, 2.94% 떨어진 69.40으로 엿새만에 떨어졌다. ◆ 유동성 장세 기대감 일단락 = 시장에서는 이날 큰 폭의 하락조정에 대해 △ 지난주 대중주 중심의 단기 상승에 대한 가격 부담 △ 미국 나스닥지수의 3% 이상 급락에 따른 1,900선 붕괴 △ 일본 닛케이지수의 17년중 최저치 기록 및 홍콩 항셍지수의 28개월 최저치 등 아시아 주가 하락 등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지난주 반등 논리를 이끌어왔던 중심 논리,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일단락'된 데서 찾고 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의 수급원천인 투신사 주식형 펀드에 자금유입이 안됐고 고객예탁금도 늘지 않는 등 실제 유동성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은행, 증권, 건설 등의 저가 대중주가 가격부담에 부딪히자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은 멎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가 포진된 전기전자업종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락한 데 영향을 받아 3% 이상 급락하며 지수를 끌어 당긴 것도 있으나 △ 은행주와 증권주는 이틀째 하락했고 △ 건설주는 장후반 곤두박질치며 닷새만에 급락했다. 특히 건설업종지주는 지난 13일부터 나흘간 종가기준으로 25% 가까이 급등한 터라 과열경계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확대 뉴스에 투기성이 더해졌다가 5% 가까이 급락, 투자심리에 상흔을 남기고 말았다. 현대증권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금리하락이라고 하더라도 건설주와 은행주는 가치평가나 수혜면에서 다른 성격"이라며 "금리하락에 따른 부도리스크 축소가 반영되며 과열권에 들어서면서 이미 '폭탄돌리기' 양상이었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의 이영원 연구위원은 "대중선호주가 오르면서 시장탄력이 유지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투기성으로 치닫다가 급락, 결국 현재 유동성 기대감을 조기 일단락짓게 했다"고 말했다. ◆ 새로운 논리를 찾아서 = 그러나 유동성 장세의 기대감에 전적으로 의존한 반등 논리가 한계에 부딛히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경기 회복이나 기업실적 향상이 가시화되지 않는 불투명 속에서 일시적이며 단기적으로 눌렸던 매수심리가 분출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유동성이 실제 보강이 되지 않아 기대감이 꺾이는 것도 있다"면서도 "미국과 동조화 끈이 느슨해진 이면에는 구조조정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가 함께 작용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올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1월과 4월을 기점으로 상승한 것은 미국의 금리인하를 배경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강화가 표면적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그 근저를 이루는 중심 두 축은 경기회복과 국내 구조조정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었고, 그것이 현실화되지 못한 것?현재까지 주가사이클의 모습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8월에 접어들면서 해외에서 반도체 경기의 바닥임박론이나 투자등급 상향조정이 나왔다가 스러졌다. 또 정부측에서 현대투신, 대우차, 서울은행 등의 매각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언급이 나왔다가 이내 잦아들자 주가를 받칠 '힘'이 떨어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금리인하 또는 금리하락 현상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장세 기대감이라는 필요조건을 만들 뿐이지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유동성 장세 기대감이 기대감으로 그친 것은 경기회복 시기와 맞물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금리인하와 제1금융권의 자금이탈 등 자금이동만으로 주식시장이 상승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최소한 7월부터 20%씩 격감하기 시작한 수출감소폭이 완화되거나 하는 사인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실적이 경기에 동행 또는 후행하는 상황에서 미국주식시장이 실적에 매달리는 것은 경기회복 사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미국시장도 혼조권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등 해외시장 불안, 박스권 유지되나 = 시장관계자들은 국내의 유동성 장세 기대감 논리가 일단락되면서 앞으로 새로운 논리를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될 때까지는 미국 등 해외시장과 다시 동조화 국면에 들어서기 때문에 해외불안 요인에 대한 점검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우의 이영원 연구위원은 "국내 유동성 장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미국과 연동된 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악재도 호재도 없을 수 있지만 예단할 필요는 없고 통화정책의 전망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주 델 컴퓨터, 포드자동차 등 기업실적 악화 전망이 잇따라 발표됐고 급기야 나스닥지수는 지난 금요일 3% 이상 급락하며 1,900선이 붕괴, 4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삼중바닥이 형성되면 급반등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일거에 무산되며 하락 우려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11,300대 이하로 떨어지며 지난 1984년 11월 이래 거의 17년중 최저치를, 홍콩 항셍지수는 28개월 최저치를 각각 기록했다. 대만도 하락세를 보이며 아시아주가가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의 기업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 금요일 톰슨 파이낸셜/퍼스트 콜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3/4분기 순이익은 13.4% 감소하고, 4/4분기에는 1.1%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4분기 순이익은 6.3% 줄겠지만 4/4분기에는 5.5% 증가할 것이라는 7월초 전망을 불과 한달여만에 뒤집은 것이다. 4/4분기 악화 전망은 지난 1991년 경기침체 이래 10년만에 처음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서 오는 21일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끄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들어 일곱 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시장은 거의 만장일치의 예상을 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의 효과에 대해서는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소매판매 증가라든지 하는 실제적이고 가시화된 경기회복 사인이 나와주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에는 잠깐효과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2년물 재정증권(T-note) 수익률이 1972년 첫발행 이래 사상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나 주식시장에는 '글쎄 올시다'라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의 미국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말이나 내년초까지 금리인하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에 대한 그린스팬의 발언과 함의에 초점이 ?グ保側?있다. 삼성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주가가 조정국면에 들어서고 미국시장이 좋지 않아 추가적으로 조정을 더 받을 수 있다"며 "따라서 555선대의 20일 이동평균선이 유지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해외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량은행주 등을 사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달러 약세나 신흥시장내 한국시장 차별화 등이 요인으로 분석되지만 나스닥이 1,800 이하로 떨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