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나지 않은 사업은 해외로 이전시키거나 아예 없앴다'(현대모비스) '경쟁업체가 설비 투자를 줄일 때 우리는 오히려 생산능력을 늘렸다'(LG전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구조를 바꿨다'(풍산)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거둔 기업들은 모두 그럴 만한 성공 비결을 갖고 있다. 거의 예외 없이 고통이 따르지만 꾸준한 구조조정을 통해 '돈되는 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 비중을 늘리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점도 기록적인 실적 개선의 밑거름이 됐다. ◇꾸준한 구조조정=태평양은 지난 91년부터 태평양증권과 생명보험 등 주력 분야와 관계 없는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10년간 구조조정을 실시해왔다. 적극적인 아웃소싱(외부조달)을 통해 지난 97년말 6천여명이던 인력이 현재 3천여명으로 줄었다. 기아차는 지난 99년부터 기아중공업 기아포드할부금융 등 7개사를 매각 청산했다. 97년 6월말 4만2천3백48명이던 인력은 지난 6월말 2만9천4백82명으로 30.4%나 줄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그룹에 편입되면서 사업 분야를 전면 재배치하는 비즈니스 리스트럭처링을 실시했다. 4륜 구동차(갤로퍼 산타모) 제작부문을 현대차로 넘기고 고임금 구조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컨테이너 공장도 중국으로 옮겨 보수용 부품 사업에만 집중했다. 중앙건설도 지난 97년부터 계열사인 중앙하이츠개발을 매각하고 인력을 3백70명에서 2백70명으로 감축했다. ◇미래를 내다본 투자=LG전선은 IMF 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지난 98년말 광케이블 설비투자에 1천억원을 쏟아부었다. IT(정보기술)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광통신 케이블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었다. 이같은 예측은 적중했고 경쟁업체들이 뒤이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SJM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원인은 GM(제너럴모터스) 포드 등으로의 부품 수출을 늘렸던 데 있다. 그러나 SJM이 GM 포드 등에 납품하기까지는 꼬박 16년이나 걸렸다. 국제적인 품질인증 시스템인 'QS9000 인증'을 획득하고 생산설비 자체 개발,시뮬레이션 모델링 시스템 도입 등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뒷받침됐다. 풍산은 주력 제품으로 경기에 민감한 동판 외에 동관 소전(동전재료) 합금관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같은 노력으로 고수익 제품 판매가 급증,상반기 판매량은 IT 경기 침체로 전년 동기보다 5% 가량 줄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각각 10%와 30% 가량 늘었다. ◇자린고비 경영=신세계는 전국 7개 백화점 중 강남·미아점(서울)과 인천·광주점 등 4개 백화점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백화점 1개를 지으려면 2천5백억∼3천억원이 소요되지만 임대하면 투자 비용이 1천억원 수준으로 줄기 때문이다. LG건설은 수익성 낮은 공사는 입찰포기하고 본사와 현장간 리얼타임(실시간)작업이 가능한 인터넷 시스템을 도입,연간 1백50억원의 관리비를 절감하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