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로쉬 인디펜던트스트래티지 투자자문 사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구조조정이 후퇴하고 있으며 대통령선거가 끝난 2003년부터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미국 경제는 곧 회복될 전망이지만 일본이 개혁에 성공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며 유럽 증시에서는 큰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데이비드 로쉬 사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현 정부의 성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최근 경제측면에서 정부의 개혁의지가많이 쇠퇴한 것으로 보인다. 퇴출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되거나 기업규제를 완화하는 등 개혁과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IT경기 침체로 수출이 줄고 경제가 어려워지자 정부가 정치적 차원에서 재정지출을 늘리고 소비를 부양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의 금융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는. ▲ 금융 구조조정은 상당히 진척됐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기업부문 부실이 다시 금융부문의 발목을 잡고 은행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것이다. -- 정부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가장 좋은 것은 시장 논리에 따라 퇴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렇게 못한다면 대통령선거 전까지 일단 통안증권을 상환해 유동성을 지급하는등 유연한 통화정책을 취하고 재정정책을 통해 원화를 절하해야 한다. -- 미국이 장기침체에 들어간다는 전망이 있는데. ▲미국은 현재 10년마다 겪는 주기적인 자기불신 상태에 있다. 이번에는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추종이 거품이었다는 자성을 하고 있는데 1∼2년 정도면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부시정부가 보호주의를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보호주의는 세계 경제성장을 막는 폐해를 낳는데 부시 행정부는 전혀 인식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는 긍정적이며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 일본이 개혁에 성공할 것으로 보나. ▲일본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개혁을 지지할 지 알 수 없다. 일본이 개혁을 실시하면 현재 4.5%대인 실업률이 8∼10%대로 오르고 가계의 부가 최소 3분의1 정도 감소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은 현재 가계 재산의 3분의2를 정부에 빌려준 셈인데 일본 정부의부채를 GDP로 나눈 수치는 130%이고 지급보증 등을 포함하면 250%를 넘는다. 이정도빚을 갚은 국가는 역사상 없었다. 일본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곧 쇠퇴하고 중국에 모든 영향력을 빼앗기게 될것이지만 일본 국민들은 현 상황에 만족하고 편안해 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 그렇다면 일본경제에 대한 전망은. ▲ 확실한 것은 엔화 약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만이 디플레이션 압박을 막을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엔화약세는 하이테크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에는 유리한 일이다. 또 개혁이 성공하면 우량기업의 주식은 매우 좋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 개혁을 주장하는 고이즈미 총리가 인기있는 이유는. ▲ 그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들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개혁에 드는비용과 고통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유럽경제에 대한 전망은. ▲ 유럽 경제에는 구조적 문제가 많지만 해결책이 없다. 제조업은 회생 기미가보이지 않고 재고 감소도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통신분야에 대한 과다한 투자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유럽 증시는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할 것이지만 채권의 경우는인플레가 없고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으므로 비교적 괜찮은 투자물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