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바닥 논쟁이 다시 불거지면서 반도체관련주들의 향방이 주식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의 논쟁은 '더이상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지금 지나고 있다는 희망적 시각과 본격적인 수요회복이 가시화하려면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보수적 관점간의 뚜렷한 견해 차이로 요약된다. 다만 근래 펀더멘틀즈의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바닥논쟁이 다시 불거진데는 2분기 실적발표를 계기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1일 국내 시장과 2일 새벽 끝난 미국 증시의 반도체 관련주 급등은 직접적으로 메릴린치의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무더기 중기 투자등급 상향조정에서 촉발됐다. 메릴린치 조 오샤 반도체부문 수석애널리스트는 "반도체 분야의 경기가 바닥에 다다르고 있다"며 "앞으로 6∼12개월 동안 기업실적이 안정되고 자본지출이 감소하는 등 느린 속도로나마 상황이 호전되면서 반도체주들이 선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5.06% 급등한 636.54로 장을 마쳤으며 나스닥지수도 전날보다 2.03% 오르며 2,068.38로 마감됐다. 국내 시장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순매수에 의해 뉴욕 증시의 반도체 급등이 하루 먼저 일어난 탓에 2일 시장에서는 급등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하이닉스반도체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것을 비롯해 외국인이 1천547억원을 순매수한 삼성전자가 20만원 회복 직전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이날은 낙폭과대의 재료가 붙은 하이닉스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보합권에서 머물며 추가 매수세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또 주성엔지니어링, 동양반도체, 아토, 유일반도체, 화인반도체, 아남반도체 등의 일부 종목들이 오름세를 이어가는데 비해 이오테크닉스, LG마이크론, 유니셈, 디아이 등 다른 종목들은 보합권에서 움직이며 종목별로 차별화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반도체 경기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다소 우위에 있지만 주식 투자전략에 대해선 삼성전자 주가를 기준으로 볼 때 중장기 관점에서 15만∼20만원 수준에서는 매수해도 무방해 보인다는 의견이 많아 해외 반도체 시황 전망 및 주식투자 전략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투신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오는 10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XP 출시 및 인텔의 펜티엄4 가격인하와 대대적 마케팅 공세를 앞두고 반도체 수요가 일시적으로라도 살아날 것"이라며 적극적인 매수 우위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비해 메리츠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시장, 특히 국내 기업과 관련이 많은 D램시장의 경우 여전히 시계가 불투명하다"며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견지하는 게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