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희소식이었을까. 주가가 뉴욕증시 약세에 이은 재료 공백에도 불구하고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기술적인 반등이라며 하락추세가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분석하면서도 하방경직성은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불과 일주일전 512까지 빠짐에 따라 500선 붕괴를 분주히 대비하던 손길들도 박스권 밑변을 다소 높이는 분위기다. 8월의 첫 증시는 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552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날 별다른 이유없이 올랐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추가 상승은 쉽지 않겠다. 기술적으로도 지난 26일 5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한 뒤 나흘째 상회하고 있으나 20일 이동평균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하며 우하향하고 있어 위아래로 막힌 박스권 등락 속에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어깨인가 상투인가 = 다시 반도체주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외국인의 구애 속에 반등을 주도했다. 유동성 대책이 논의 중인 하이닉스도 상승을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실적 발표 이후 최근 6일 동안 9.5% 상승하며 관련주로 매수세를 확산, 증시를 이끌고 있다. 펀더멘탈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 강세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강세→외국인 순매수→지수상승 이라는 오래된 논리에 기인한다. 이날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전반적으로 약세권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나흘째 강세를 이어가자 이같은 공식은 다시 위력을 발휘했다. 월요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AMD강세에 힘입어 나흘 연속 오르며 0.65% 상승했다. 금융주간지 배런스는 이날 인텔의 경쟁업체인 AMD의 현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분석하면서 반도체 관련주에 매수세가 몰렸다. 한편 이날 인텔의 크레이크 배럿 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컴퓨터 산업이 앞으로 3∼6개월 후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개학 및 연말 쇼핑시즌 맞아 반등 예상된다는 얘기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인텔이 화요일 어떻게 반응할 지 관심거리다. 반도체 관련주의 또다른 모멘텀은 반도체 가격 회복 기대감이다. D램 익스체인지는 최근 D램 현물가격이 보합세를 지속하자 'U자형' 바닥이 확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느 덧 3/4분기도 한달이 지나고 최악의 시즌을 거쳐 회복기가 도래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가격과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등 펀더멘탈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기대감만으로 매수에 가담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급등세를 나타내자 단기 고점에 임박했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상승 여력이 얼마나 남았느냐가 화두로 남는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뉴욕증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나 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가 하방경직성을 확보해 가고 있고 대만의 7월 마더보드 출하량이 전달보다 10% 가량 증가하는 등 'V'자 반등은 어렵더라도 4/4분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 3/4분기 실적 우려와 반도체 가격회복 기대감이 맞서며 등락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수요나 가격 회복 신호가 나오기 전까진 20만원에서 강력한 저항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단기적으로 '어깨'까지 왔다"며 "외국인이 닷새째 순매수했지만 외국인 보유물량을 감안할 때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섰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날보다 4,000원, 2.16% 높은 18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390억원을 순매수했다. ◆ 경제지표, 관심집중 = 재료 부재가 이어지는 장세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경기 회복 신호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더욱이 지난주 말 발표된 미국 2분기 GDP성장률이 기대보다 다소 낮은 0.7%로 나오면서 시장관심은 이번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에 쏠려 있다. 화요일 뉴욕에서는 6월 개인소득 및 지출과 컨퍼런스보드 7월 소비자신뢰지수, 시카고 구매자관리지수 등이 나온다. 장마감 후에는 반도체 장비회사인 KLA-텐코 및 인터네 업체인 프라이스 라인 등이 실적을 내놓는다. 기업실적 발표가 일단락되고 대부분 반영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관심이다. 개인소득과 지출은 소폭 증가가 예상된다. 민간 소비 움직임을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신뢰지수도 6월 117.9보다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 118.5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서는 7월 수출입동향과 물가 등이 예정돼 있다. 수출이 다섯달째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큰 부담이다. 아울러 7월 자동파 판매대수도 집계된다.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오르다가 지난 6월 한풀 꺾였고 이로 인해 상당 기간 현대차 등이 약세를 보였다. 최근 약세권에 머물고 있는 현대차, 기아차 등이 상승모멘텀을 받을 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노사분규 등으로 6월 판매증가율이 둔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증권 투자전략팀 조덕현 차장은 "경제 지표를 기다리며 관망세를 보이던 증시가 지표가 하나씩 발표될 때마다 방향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시장 체력을 감안할 때 상승보다는 하락 조정에 무게가 실린다"고 덧붙였다. ◆ 에너지 공급 = 7월 장이 끝났다. 31일 증시가 기술적 성격이 짙은 반등에 성공하며 낙폭을 줄였지만 섣부른 여름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6월말에 비해 54포인트, 9%의 지수를 내준 채 무너졌다. 8월 증시도 그다지 만만하지 않다. 여전히 경기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고 주도주나 매수주체도 부재한 상황에서 상승 모멘텀도 눈에 띄지 않는다. 기업실적 악화,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어느 정도 반영됐고 저가매수 심리가 살아있어 뉴욕증시가 감세분 환급 및 금리인하 효과 등으로 안정감을 찾으면 추세가 돌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있다. 하지만 8월이라고 달라진 것이 없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증시에서 전업종이 상승하고 550종목 이상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위기를 돌리진 못했다. 거래량이 2억주에 턱걸이하고 거래대금은 2년5개월중 최저 수준을 가리켰고 프로그램 매매에 휩쓸리는 최근 경향이 이어졌다. 시장 체력이 그만큼 저하됐다는 뜻이다. 시장관계자들은 뚜렷한 상승모멘텀이 제시되기전까진 이같은 추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 체력보강을 위한 에너지 공급원을 찾을 수 없는 만큼 '뉴욕바라기'가 이어지리란 전망이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회복되지 않고서는 추세전환을 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외부 충격에 의해서 늘어야 하는데 현재 여건은 기술적 반등 국면 연장에 만족해야 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증권 권혁준 연구원은 "오를만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추가 매수세 유입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 좁게 등락하며 옆으로 흐르더라도 현금비중을 확대하며 리스크 관리에 치중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