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예정기업의 공모가 산정에 '구멍'이 뚫려 있다. 공모가의 잣대가 되는 본질가치를 산정할 때 해당 기업이 등록전 발행한 CB(전환사채)등 주식연계채권을 '주식'으로 계산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공모가가 부풀려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내재돼있다. 등록전 CB를 발행했던 CJ푸드시스템 디지아이 인바이오넷 실리콘테크 등 신규등록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를 겨우 웃돌거나 아예 밑돌게 되는 데는 이같은 '공모가 거품'이 적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등록예정기업의 유가증권신고서에 투자자유의사항으로만 기재하고 있는 주식연계채권의 존재를 본질가치 또는 공모가 산정과정에 반영시키는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례=지난 26일 첫 거래된 CJ푸드시스템의 경우 다음날 7억원어치 CB(70만주)의 전환청구가 이뤄져 매매개시 이틀만에 시장조성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지난 97년 제일제당 등을 대상으로 20억원(2백만주)어치의 CB를 발행했었다. 전환가는 액면가(1천원)이며 상장예정일은 오는 8월1일이다. 주간사인 대우증권 IB3팀 조광재 팀장은 "당초 발행가의 10배 정도 되는 가격으로 최종 인수자가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 물량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우증권은 당초 CB 등 주식연계채권을 '주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증권업협회 지침에 따라 CB를 발행주식으로 계산하지 않고 이 회사의 본질가치를 1만6백79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CB의 전환가능물량을 고려했을 경우 본질가치는 9천7백80원으로 이보다 9.2%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가 그만큼 부풀려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인바이오넷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12일 결의한 소각물량(75만달러어치)을 제외하더라도 CB전환분을 감안한 본질가치는 2천9백13원(최저 전환가 기준)으로 추산돼 신고서에 기재된 본질가치(3천8백83원)보다 33%나 낮다. 등록 후 사흘만에 공모가가 무너진 디지아이도 지난해 4월 발행한 17억원 규모의 CB를 본질가치에 반영시키지 않았다. 실리콘테크도 작년 6월 발행한 15억원 규모의 CB가 전환되면서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으나 이런 물량부담은 당초 공모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규정의 모순=등록예정기업의 가치산정을 관리하는 증권업협회 업무부는 CB전환물량을 본질가치에 반영시키는 데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용구 업무부 팀장은 "CB 등의 상장여부는 투자자의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본질가치에 반영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 곤란하다"면서 "유가증권신고서상 투자자유의사항으로만 기재토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코스닥위원회는 등록예비심사과정에서 등록전 과도한 유상증자를 막기 위한 최근 1년간 자본금 제한규정에서 CB 등 주식연계채권을 '발행주식의 증가'로 못박고 있다. 똑같은 주식연계채권을 주식으로 인정하느냐에 대해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위원회가 서로 상충된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대안은 없나=증권업계에서는 투자자보호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시급히 문제되는 규정을 개정해 통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H증권의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가치산정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면 적어도 CB물량 등을 감안한 본질가치를 따로 산출해 투자자들에게 함께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유의사항으로 경고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공모가 거품'을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