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미국 기술주의 지속적 실적경고에 반등 하루 뒤 다시 큰 폭 하락하며 67선에 위태롭게 걸친 채 마쳤다. 외국인이 100억원 가까이 순매도 규모를 확대한 탓에 전날 상승을 주도했던 지수관련 대형주마저 속절없이 하락하며 반등기대감을 눌렀다. 주말 미국 증시 하락에 대비하려는 경계감이 시장을 장악, 거래량이 2억원 중반으로 급감하는 등 치열한 눈치장세가 재연됐다. 전날 뉴욕시장에서 장종료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경고와 노텔네트웍스의 사상최대 손실 발표로 나스닥 2,000선 지지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불투명한 실적전망과 반도체부문에서의 설비투자 축소방침이 전해지자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태. 미국 실적발표가 다음주 분수령을 넘어 후반기로 접어듬에 따라 코스닥지수도 64지지 확인 등 향후 장세전개의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분기 실적보다는 향후 실적 개선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23일 컴팩, 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시작으로 24일 루슨트와 아마존, 25일엔 퀄컴의 실적발표가 대기중이다. 20일 코스닥지수는 장중 67대와 68대를 오가며 일중저점인 67.08에 마감, 전날보다 1.30포인트, 1.90% 내렸다. 코스닥50 지수선물 9월물은 1.78포인트 빠져 83.39에 마쳤다. 시가상위 20개 종목중 기업은행, LG홈쇼핑, 아시아나항공만이 소폭 상승했을 뿐 보합을 보인 KTF를 제외하고 모두 내렸다. 특히 국민카드, 옥션, 핸디소프트 등이 4~5%로 큰 낙폭을 나타내며 지수에 부담을 줬다. 새롬기술, 다음, 한글과컴퓨터는 투기성 매수세 유입으로 장중 큰 폭 등락을 보인 끝에 하락세로 마쳤다. 울트라건설우선주, 현대멀티켑 및 현대멀티캡2우선주, 휴먼이노텍우선주가 하한가 행진을 이어갔고 한올, 삼한콘트롤스 등 일부 A&D 종목도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삼성전자의 1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부문설비 축소 방침에 주성엔지니어, 아토, 나리지온, 피에스케이 등 반도체 장비주가 4% 안팎의 낙폭을 기록했다. 선도가치주중에는 소폭 상승한 삼영열기를 제외하고 좋은사람들, 국순당, 윤영 등이 급락했다. 금융과 벤처업종이 가장 크게 내린 가운데 하락종목이 448개로 상승 136개의 3배를 훌쩍 넘었다. 외국인이 98억원 순매도로 지수하락을 주도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87억원과 5억원 매수우위를 보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간 코스닥시장이 미국 기술주 실적악화를 어느 정도 선반영한 측면이 있음에 주목, 전저점 부근까지 하락할 경우 차차 저점 매수를 타진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KTF를 중심으로 진행중인 지수관련주로의 매수세 유입이 지수 하방경직성으로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분도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다음주에도 실적발표를 둘러싼 뒤숭숭한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거래소 520선과 코스닥 64선 지지를 확인한 후 반등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린 교보증권 연구원은 "나스닥 2,000선이 붕괴되는 등 해외변수가 급격히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최근 코스닥지수 조정폭을 고려할 때 64~65 부근에서 우량주를 중심으로 저점 매수에 착수할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아직 낙관은 이르지만 다음달 미국의 추가금리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오는 27일 미국의 GDP발표를 거치면서 실적경고에 대한 내성이 서서히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형범 LG증권 책임연구원은 "장중 지수변동폭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등 시장전반이 아직 부담스러운 상태지만 하락종목수 대비 낙폭이 그리 크지 않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의 매수세 유입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그러나 아직 상승전환을 기대하기 보다는 하방경직성 확보에 만족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경기회복과 실적개선 징후가 감지되기 전에는 종목별로 제한적 반등시도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