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궁합이 맞아 떨어지며 증시가 모처럼 시원스런 바람을 즐겼다. 뉴욕발 호재가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며 반등을 이끌어낸 뒤 아시아증시가 동반 상승하고 국내외 재료도 더해져 오름세를 단단히 했다. 이제 시장관심은 연속성에 쏠려 있다. 540∼550선 사이에서 어느 정도 바닥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날 650종목 이상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열하루만에 3억주를 넘어서는 등 투자심리가 한결 나아진 상태라는 데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바닥을 찍었으니 매수에 나서야 할 때라는 저점매수론이 급부상하고 있으나 아직은 추세전환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금요일 증시는 대내외적인 요인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기술적 반등이든 추세전환이든 오름세를 이어가며 박스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단 550을 확보한 상태에서 580대로 접근하는 시도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반등이 펀더멘탈에 기초한 것이 아닌 외풍에 의한 것어서 우선은 보수적인 대응이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수관련 대형주는 장후반 내 준 상승폭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최대 매수세력인 외국인이 순매도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 한켠에서는 이날 외국인 순매수를 받은 삼성전자의 상승을 두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 등이 기대 이상 실적을 내면 반도체 경기 회복도 그만큼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 회복이 요원하고 PC시장이 지속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시장에서는 장기투자자가 아니라면 반도체, 통신주에 대한 매수 타이밍은 조금 더 늦춰도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반등을 현금확보의 기회로 삼는 한편 선도조정을 받은 실적주나 내수관련주에 대해 단기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권한다. 은행, 증권 등 금융주와 구조조정 관련 수혜주에 대한 관심도 지속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선반영돼 더 이상 영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호응을 얻고 있지만 시장분위기를 녹인 재료들은 조금 더 간다는 분위기다. ◆ 뉴욕증시의 'MS효과' 관심 = 먼저 반등에 성공한 뉴욕증시. 장 마감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긍정적인 실적 추정을 내놓았고 야후와 모토롤라는 기대를 웃도는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선반영한 아시아 증시에 이어 뉴욕증시도 추가상승을 도모할 것으로 관측된다. 목요일 뉴욕에서는 주간 실업수당 신규신청자 수가 발표되고 6월 수출입물가와 주간 체인점 매출이 나온다. 장 마감 후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인 AMD, 반도체업체 램버스, 주니퍼네트웍스 등이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 업체도 기대 수준을 한껏 낮춰 놓은 상태여서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수치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야후, 모토롤라에 이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을 경우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다만 IT산업 등에서 뚜렷한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지 않고 경기침체 우려감이 상존해 이번 분기와 4/4분기 실적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대치를 낮춘 지난 분기 실적에 대한 과민반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거의 유일한 모멘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뉴욕증시가 개별 기업의 실적에 울고웃는 모습을 반복하며 안정감을 찾지 못한다면 더욱 문제다. 유럽최대 통신용 반도체 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옛 SGS-톰슨)는 이날 유럽 증시 개장 전에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감소한 4억1,580달러에 그쳤다 밝혔다. 수요 부진으로 이번 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여 투자자들이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감을 완전히 털어낼 지 주목된다. ◆ 옵션 만기 이후의 가벼움 = 7월물 옵션만기일을 무사히 넘긴 점은 긍정적이다. 이날 예상치를 다소 웃도는 2,647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졌으나 뉴욕호재에 따른 투자심리 호전으로 무난히 소화돼 규모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옵션 관련 매물을 깨끗이 정리한 데다 누적된 매수차익잔고의 부담을 덜어내 향후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평가다. 아울러 장 막판 대형주에 매물이 집중되면서 코스피200지수 오름폭이 급격히 축소되는 바람에 시장베이시스가 무려 0.82까지 커져 하방경직성을 확보하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현선물 격차가 복원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기는 지났지만 시장베이시스 추이에는 여전히 관심이 요망되는 부분이다. 금융시장 여건은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화요일 1,310원대로 급등하며 한달여중 최고 수준으로 올랐던 달러/원 환율은 1,300원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8.10원 내린 1,300.70원에 마감했다. 금리는黎竪瑾?우려, 콜금리 인하 등으로 하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3월말 이후 최저치인 연 5.75%로 내려앉았다. ◆ 구조조정 재료 부활하나 = 이번주 들어 낡은 재료로 치부된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솟아오르고 있어 탄력이 유지될 지도 관심이다. 진념 부총리는 12일 회현로타리클럽 조찬강연에서 "대우차가 3개월 연속 흑자를 내고 있어 협상력을 높여주고 있다"며 매각협상이 순로조울 것임을 시사했다. 이근영 위원장은 이날 오후 KBS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와 AIG가 실사를 마치고 결과에 대해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며 "현대투신 외자유치는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고 말했다. 이에 현대증권이 10% 이상 급등하며 증권주 강세를 이끌었고, 대우차판매, 쌍용차가 가격제한폭을 위로 채웠다. GM과 대우차에 납품비중이 높은 부품업체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음은 물론이다. GM과 채권단의 대우차매각 3차 협상은 주말께 홍콩에게 재개될 예정이다. 매각대금, 부평공장인수, 정부의 지원범위 등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이날 현대건설은 현대석유화학 지분 11.65%를 완전감자하는 데 동의했고 채권단은 6,221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최근 경제 관료의 대우차와 현대투신 매각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면서 여름이 가기전에 결판이 나 모멘텀으로 재기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지만 지난해부터 거론만되고 결과를 내지 못한 만큼 언급이 나올수록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점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