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닷새째 내림세를 기록했다. 하루만에 하락 반전한 코스닥지수는 12주만에 처음으로 70선 아래로 추락했다. 모멘텀 공백, 주도주 부재, 매수주체 상실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던 국내 증시에 나스닥지수 2,000선 붕괴라는 해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하루였다. 장중 한때 545.76까지 추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프로그램 매수를 앞세운 기관의 반발 매수세로 추가 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 서울보증보험 공적자금 1조원이 주내 투입될 것이라는 금융정책협의회 결과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일부 씻어냈다. 그러나 11일 이후 야후와 모토롤라 실적 발표 등 뉴욕증시를 지켜보려는 관망파가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또 다시 2억주에 턱걸이하는 등 시장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지수 급락으로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옵션만기일에 대한 관심은 희미해졌다. 김인수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중 한때 550선이 붕괴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렸다"며 "그러나 저점 매수 세력의 존재와 540~550에 대한 지지기대감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야후, 모토롤라 등 주요 기업 실적 발표와 이에 대한 뉴욕증시의 반응, 그리고 아르헨티나 디폴트 우려 등 통제할 수 없는 해외 변수가 국내 증시를 누르고 있다"며 "당분간 바닥권에 대한 탐색 과정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조용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12일 옵션 관련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될 경우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주변 여건이 호의적이지 않은 이상 반등시 현금확보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11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95 포인트, 0.89 % 내린 553.6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68.07로 전날보다 2.60 포인트, 3.68% 하락했다. 거래량은 전날보다 조금 줄어 2억주에 턱걸이 했다. 2억649만주, 1조1,311억원 어치가 손을 옮겼을 뿐이다. 코스닥시장은 비교적 거래가 활발해 3억4,998만주, 1조3,875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개인의 거친 매도 공세로 지수선물 9월물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날보다 0.95 포인트, 1.37% 내린 68.20으로 거래를 끝냈다. 장중 내내 콘탱고를 유지하던 시장베이시스는 마이너스 0.04 백워데이션으로 마감했다. 옵션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프로그램 매수가 매물을 앞질렀지만 차이는 크지 않았다. 매수는 차익 245억원, 비차익 648억원 등 모두 894억원이었으며 매도는 843억원에 그쳤다. 개인이 193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나흘만에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나흘째 매도세를 이어가며 463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투신을 앞세워 705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 나흘째 순매수세를 보이며 지수 방어에 주력했다. 장중 한때 상승 반전에 성공했던 삼성전자는 끝내 외국인 매도 공세를 꺾지 못한 채 16만원선으로 물러났다. 종가 17만원이 무너지기는 지난 1월 3일 16만8,500원 이후 17주 중 처음이다.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1,000원, 0.59% 낮은 16만8,000원이었다. 프로그램 매수세에 기대며 잠시 오름세를 탔던 SK텔레콤,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나머지 블루칩도 대부분 약세로 장을 마감했다. 4만9,800원 신저가를 기록했던 한국통신은 상승 반전에 성공하며 힘겹게 5만원선을 지켰다. 외국인이 오후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 등 가치주에 대한 매수를 강화하는 등 몇몇 재료 보유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반등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운수장비, 통신업, 보험만 소폭 상승세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업종은 모두 내림세를 기록했다. 상승 종목이 638개로 하락종목 185개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재료 보유 개별 종목에 대한 발굴 작업도 활발했다. 남선알미늄이 워크 아웃 조기종결설에 힘입어 3.75% 강세를 기록했고 하림은 '삼복더위' 수혜주로 관심을 끌었다. 관리종목인 삼양식품은 뚜렷한 이유 없이 가격제한폭을 채우기도 했다. 이날 거래소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18개 종목 중 절반에 가까운 8개 종목이 우선주였다. 코스닥등록 네트워크 장비업체 에스넷도 유무상증자를 재료 삼아 상한가에 올랐다. 대림산업은 1,435만주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지만 선반영됐다는 논리에 밀리며 1.44%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수의 25.81%로 증시 사상 최대 자사주 소각비율이다. LG텔레콤, 엔터원 등은 상반기 실적 호전을 발판으로 잠시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낙폭 축소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코스닥시장에서는 KTF, LG텔레콤, 하나로통신 등 대형통신주 대부분이 내림세를 기록한 가운데 다음,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 인터넷 관련주가 2~4% 큰 폭 하락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