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은 2선으로 물러났다. 공급과잉을 받아내며 경기 바닥을 다지는 일은 이제 기업과 개인 등 실물경제 주체에게 넘겨졌다.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먼저 기업이 투자를 재개, 경기 반등의 시동을 걸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올들어 여섯 차례, 2.75%포인트 연방기금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여전히 투자 되감기에 여념이 없다. 예컨대 29일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내년 투자를 44%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4분기 미국의 국민소득계정에서 드러난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할 때 2분기에도 투자는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수요나 정부지출에 희망을 걸기는 더 힘들다. 지난 4월 미국의 수출은 869억달러로 전월에 비해 2% 줄었다. 미국은 수입을 더 큰 폭인 2.7% 줄였고 이는 다시 해외수요 둔화를 통해 수출 감소로 되먹임되고 있다. 정부지출은 부시 행정부가 감세를 추진함에 따라 비중이 축소된다. 미 정부는 이달 각 가정에 세금환급분을 배달하는 등 수요 진작의 역할을 개인을 비롯한 민간부문에 맡겼다. 따라서 금리인하 효과가 경기둔화를 앞질러 나갈 지는 오로지 개인에게 달려 있다. 개인은 그동안 지출을 유지해왔다. 특히 연방기금금리 인하로 모기지금리가 떨어지자 주택구매를 활발히 지속했다. 1분기 투자는 13.3% 급감한 가운데 개인소비는 3.4% 증가했다.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지표가 이번주에 집중돼 있다. 2일 월요일에는 5월 개인지출과 개인소득이 발표된다. 목요일에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와 6월 감원집계가, 다음날에는 6월 실업률이 나온다. 기업부문에서는 월요일에 6월 구매관리자협회(NAPM) 제조업지수에 이어 화요일에는 5월 공장주문, 목요일에는 자동차업계 6월 판매실적이 발표된다. 그러나 이들 이정표도 경기의 현주소에 대한 동의를 도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예컨대 개인지출 및 소득은 대체로 이전 수준 지속이 관측되는 반면 실업률은 5월 4.4%에서 6월 4.6%로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7월과 하반기를 동시에 여는 다음주 뉴욕증시는 이들 경제지표에 따라 오르내리기를 거듭할 전망이다. 하반기 반등 전망은 최근 잇달아 나온 호전 기미로부터 입지를 강화할 것이다. 경기선행지수가 두 달 연속 상승했고 내구재주문이 증가세로 급반전했으며 소비자신뢰도 회복을 나타냈다. 새달에 각 가정에 돌아가는 세금환급분도 소비심리를 북돋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세금환급은 이미 소비자신뢰지수 반등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가격변수 가운데 원유값이 안정되면서 숨돌릴 틈이 생긴다는 바람도 일고 있다. 경기둔화가 원유 수요를 줄임으로써 원유값 안정을 통해 보정되는 자동조절기능이 작동한다는 얘기다. 그럴 만큼 유가가 내릴 지는 미지수다. 산유국의 선택이라는 외부 요인이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반면 상승 기세가 랠리로 연결되기에는 실적저조 경고가 버겁다. 지난 2/4분기 경기가 반등하지 않았다는 데 이견이 없으며 이에 따라 2분기에 관한한 실적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퍼스트콜/톰슨 파이낸셜은 S&P 500 편입종목의 2분기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4% 급감하리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수익감소율은 지난 91년 3/4분기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지난 1분기 수익은 6.2% 줄었다. 퍼스트콜은 다만 수익감소율이 이번 3분기에 6%로 둔화된 뒤 4분기 5.7% 상승으로 반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주 뉴욕증시는 출렁이되 박스권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길게는 2분기 미 GDP 추계치가 발표되는 오는 27일까지 횡보장세를 점치는 시각도 참고할 만 하다. 별다른 일정을 갖고 있지 않은 국내 증시도 비슷한 양상을 밟을 수 밖에 없다. 시장 관계자들은 아래로는 종합지수 550선에서 막히고 위로는 전고점에서 밀린다고 내다보고 있다. 경기가 부진한 상태에서 맴도는 국면이 지속된다고 전제할 때 관심은 실적에 더 집중되기 마련이다. 기술주 매수는 한 박자 늦어도 무방하다. 내수 비중이 높은 실적 호조주를 단기매매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