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중(44)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대표적인 "경기론자"다. 경기와 주가,기업실적과 주가는 항상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는 주장을 편다. 따라서 경기와 실적을 빼고 주가를 논하는데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김 이사가 바라보는 한국 증시는 지금 "동트기 전"이다. 김 이사는 "한국경제 회복의 키를 잡고 있는 미국경제가 경착륙 상태에 있다"며 "그러나 2.4분기 미국의 GDP성장률이 발표되는 7월중순이 증시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4분기가 경기저점으로 확인되면 하반기 경기회복세에 앞서 주가가 미리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슨 근거로 미국경제가 경착륙에 들어갔다고 보는가. "미국의 1·4분기 GDP성장률이 1.3%에 그쳤다. 지난해 3·4분기 이후 분기 평균 성장률이 1.5%에 머물렀다. 직전 3개 분기의 분기 평균 성장률이 5%에 달했던 점으로 볼 때 이미 경착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양극화 현상도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다. 하이테크와 비(非)하이테크,제조업과 비제조업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경제는 지난 50년대 이후 10년 단위로 침체국면을 맞았다. 지금이 그런 단계 같다" -미국경제는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IT(정보기술) 부문의 과잉설비와 재고조정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미국경제는 지난해 4·4분기부터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 통상 하강 국면이 12∼16개월 간다고 볼 때 올 4·4분기나 돼야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2·4분기가 저점이 될 것으로 본다" -90년대 같은 미국 증시의 대세상승은 언제쯤 기대해볼만 하나.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3월20일 최고치(5,043)에 비해 60% 정도 하락했다. 인터넷 열풍에 따른 기술주가 기업가치 대비 과도하게 상승한 데 따른 후유증을 앓고 있는 탓이다. PC나 인터넷 등에 버금가는 새 기술이 출현해야 돌파구를 찾는다" -우리 경제도 미국에 목매고 있는 형국인데. "우리나라의 미국 수출 의존도는 22% 수준이고 전체 수출의 약 38%가 IT 관련 제품임을 감안하면 당분간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경제는 지난 85년 이후 네 번의 경기 저점 부근에서 산업생산 증가율이 모두 감소 또는 0%대까지 둔화됐으나 지금은 아직도 증가율이 높은 편이다. 3·4분기 말께에 경기 저점 통과가 예상되나 본격적인 회복은 4·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 회복과 약간의 편차가 있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은 언제쯤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나. "주가는 통상 경기 전환점에 3∼6개월 선행한다. 미국의 2·4분기 기업실적이 마무리되고 2·4분기 GDP성장률이 발표되는 7월 하순이 고비가 될 것이다. 각종 지표가 아직까지 엇박자를 내고 있으나 2·4분기를 저점으로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도 횡보를 걸으면서 상승세를 엿볼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론 시장을 움직일 모멘텀이 없다. 그러나 지수가 하락해도 그 폭은 작을 것 같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데 주가의 추가 하락폭이 작다고 보는 이유는.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다 경기침체라는 악재도 충분히 반영됐고,증시를 기웃거리는 풍부한 대기성 자금이 저가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이 좋은가. "올 상반기 한국 증시의 특징은 '차별적 실적장세'가 심화됐다는 점이다. 업종별,종목별 수익률 격차가 극심했다. 시가총액 상위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신세계 태평양 등 이른바 '가치주'가 큰 시세를 냈다. 또 대미 수출이 줄어든 전기전자 업종이 죽을 쒔으나 내수 업종은 재미를 봤다.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평가된 제약주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실적이 호전된 기업,우량 건설주와 금융주,내수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