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시장의 '제왕주'로 통하는 남양유업과 태광산업이 각각 관리종목 편입과 상장폐지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남양유업은 거래량 부진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태광산업은 경영안정 이유를 내세워 자진상장폐지를 검토중이다. 남양유업은 거래소 상장종목중 단순 주가 순위 1위이고 태광산업은 지난 90년대 초반 저PER(주가수익비율) 혁명 속에 주가가 80만원에 육박하는 등 둘다 남다른 경력을 갖고 있는 종목들이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과 개인 등이 주식을 내놓지 않아 고민인 반면 태광산업은 외국인 소액주주가 고액배당과 감사선임을 요구하는 등 대주주와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남양유업은 회사측의 개입없이 관리종목 편입 여부를 투자자의 손에 맡겨놓았지만 태광산업은 경영권방어 차원에서 '폭탄선언'을 했다는 점도 사뭇 다르다. --------------------------------------------------------------- [ 남양유업 - 관리종목 편입가능성 "나쁠것없다" 수수방관 ] 남양유업은 "관리종목에 편입돼도 크게 나쁠 게 없다"면서 느긋하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5일 "외국인투자자를 설득해봤지만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면서 "회사측으로서도 주가 하락 위험을 감수하고 물량을 내놓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관리종목에 지정되면 거래에 약간 불편이 따를 뿐 특별한 불이익이 없는 만큼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측 입장"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주식을 갖고 있는 외국인과 개인은 모두 장기 보유자들로 지금까지 경영권 문제로 분쟁을 일으키거나 고액 배당등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남양유업 지분 구조는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 지분율이 25.97%이고 코리아펀드 6.03%,ABN암로아시아 6.92%, 퍼스트이글소전(FirstEagleSogen)GF 6.01% 등으로 이뤄져있다. 지난 1~5월까지 보통주 3만5천6백50주와 우선주 5천50주 등 모두 4만7백주가 거래돼 월평균 거래량이 보통주 7천1백30주, 우선주 1천10주 등으로 기준(상장주식의 1%)인 7천2백주와 1천6백67주에 미달됐다. 기준을 맞추려면 이달에 1만2천5백여주가 거래돼야 하는데 이달 들어 25일까지 거래량이 1만1천여주여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평소 거래량이 수백주에 불과하고 적을 때는 20~30주에 그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 [ 태광산업 - 주주중시 경영요구에 "상장폐지 검토" 밝혀 ] 태광산업이 '주주중심의 경영'을 요구하는 외국인 주주에 '상장폐지'로 맞서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주말 증권거래소공시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상장폐지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 관계자는 25일 "외국인 주주가 세세한 사항까지 간섭한다면 굳이 상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콩계 투자회사인 KBMW(지분율 2.9%)는 지난달 투명경영을 위한 "독립적인 감사선임"을 요구,다음달 14일 임시주총이 예정돼 있다. 또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도 "계열사인 흥국생명 사옥을 2천5백30억원에 비싸게 사들이고 후순위채 1백억원을 매입하면서도 배당은 순이익의 1%인 10억원 안팎에 그치는 등 소액주주를 경시해왔다"며 고배당을 주장했다. 증권업계에선 태광산업이 불투명한 경영관행을 고치기보다 상장폐지를 들고 나온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외국인 주주와의 마찰을 이유로 상장폐지할 경우 기업자신의 신뢰도 하락과 더불어 한국기업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것"이라며 "한 때 79만8천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20만원대로 미끌어 진 것도 이같은 경영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