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대란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껏 무르익은 분위기를 식히기엔 충분했다. 증시는 만기일을 별탈없이 흘러보냈다. 620선에 안착을 시도하던 종합지수가 약보합권으로 내려서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수 상으로 표현된 충격은 크지 않았다. 15일 증시는 장막판 까먹은 상승폭을 회복하려는 되돌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한국통신공사, 포항제철, 현대차, 삼성전기 등 지수관련 대형주가 동시호가에서 만기물량으로 인해 상승폭을 내놓거나 하락전환한 만큼 자연스런 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심리는 상승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하이닉스가 DR발행 확대발표로 외자유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과시하면서 불을 지핀 구조조정 가속화 기대감이 살아있다는 얘기다. 대우차, 하이닉스, 현대투신 등 굵직굵직한 국내 구조조정 과제의 개봉이 임박하면서 뉴욕증시와 경기회복 지연 우려는 잠시 뒤로 밀리고 있는 모습이다. 하이닉스는 이날 DR 발행 규모와 가격을 결정한다. 가격은 15일 종가와 지난달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가중평균한 가격에서 20~30% 할인될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에 따라 현대그룹주와 은행주 변동폭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차 노조는 GM 매각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해 GM에 두 팔을 벌렸다. GM이 제시하는 매각가격과 부평공장 포함 여부가 관심거리다. 퀄컴이 LG텔레콤이 이끄는 동기식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모처럼 통신주도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이 전격적으로 파업을 풀고 대학병원도 물러나면서 민노총의 연대파업이 주춤해진 점도 우호적이다. 이번 파업이 직접적으로 증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가신 만큼 플러스 요인으로 분류된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사흘째 증가추세에 있고 고개예탁금이 9조원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시장이 그간 장을 이끌어 온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버팀목을 대기 위해 호재 찾기에 분주한 양상이라는 설명도 있다. 현안이 풀리더라도 예상한 재료의 노출이 어떻게 반영될 지도 변수다. 기대감이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이번엔 실망감을 무엇으로 채울 지 궁금하다. 게다가 뉴욕증시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부담이다. 기술주 바닥확인이라는 '인텔효과'는 다음날 개장에 앞서 소멸됐고 오는 18일 발표될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실적도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상승을 이끌만한 모멘텀이 부재하다. 26~27일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다리기엔 너무 멀다. 목요일 뉴욕증시에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나온다. 이전주에는 43만2,000명으로 8년여중 가장 많았다. 더 늘기도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감소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도 발표된다 전달에는 0.3% 올랐다. 물가 변동에 따라 여섯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지가 있는 지 논란이 예상된다. 이튿날엔 소비자물가지수, 산업생산, 공장가동률, 소비자신뢰지수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찮은 지표 변수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나스닥지수가 나흘 연속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외국인의 현선물 동시 매수 배경도 부담으로 지적된다. 한국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기보단 만기일 지수관리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뉴욕증시가 약세를 이어갈 경우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투기적인 성향을 보이는 외국인이 현물과 동시에 롤오버한 물량을 청산하면 프로그램 매물이 재차 부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추세적 상승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지난달 29일 고점 경신 이후 지켜온 600선의 하방경직성이 굳건해지고 있는 만큼 금융주, 내수 관련주, 실적주와 구조조정 수혜주에 대한 저가매수 관점은 유효하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