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추가 금리인하 시사 발언이 새로운 모멘텀을 던질까. 시장에서는 4일 싱가포르 '국제통화컨퍼런스'에서 그린스펀 의장이 "현재로서는 (미국에) 물가압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발언이 화요일 국내증시를 보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국내 증시가 수급과 재료소진 속에서 나흘만에 기술적 수준의 반등에 그친 뒤 암중모색에 들어간 상황에서 미국 증시에 대한 의존 성향이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시사 발언이 급격히 증시를 띄우리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국내외 거시경제환경이 아직 회복 기대감을 충족하기엔 미흡한데다 지난 4월 이래 상승한 주가가 한템포 쉬면서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지난주 반등에 이어 5월 실업률 하락과 추가 금리인하 시사 발언으로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활동 부진과 경기회복 지연, 기업실적 둔화가 막아서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2,000선을 지지선으로 확보하느냐가 우선 중요하다. 일단 지지력 시험에 통과한 뒤 나스닥지수가 2,200선을 탈환하거나 다우지수가 11,000선을 회복하느냐가 관전포인트이다. 대우증권의 이영원 연구위원은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추가금리 인하는 재료가치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안정 발언이 나오긴 했으나 에너지값 상승이 얽혀 있어 금리인하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5일 국내 증시는 이날 반등을 이어 일단 추가 상승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조정국면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쪽 반응이 1차 저항선을 돌파하지 못하는 등 시큰둥하다면 매수세가 분산, 선물 매매에 연동된 프로그램 매매 영향력에 따라 좀더 600대로 흘러내릴 가능성도 크다. 한빛증권의 박성민 트레이더는 "6월 선물옵션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보유비용 부담에다 트래킹 에러에 따른 손절매성 포지션 재조정도 이뤄지는 모습"이라면서 "미국 시장이 조정에 그칠 경우 프로그램 매물 출회가 부담을 될 것"이고 말했다. 특히 6일 현충일 휴장을 앞두고 있어 오후장에서 데이트레이더들과 휴일을 앞둔 포지션 정리가 이뤄지면서 장중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외국인이 나흘만에 순매수로 전환하긴 했으나 한차례 매수세례를 퍼부운 뒤 매수강도를 조정하는 상황이다.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외국인 매도에 의해 꺾이고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대형주도 무겁다. 아울러 최근 상승세를 선도했던 포항제철, 현대차 등 경기관련주나 중가권 실적호전주에도 차익실현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두 차례의 순환상승 속에서 삼성전자가 오른 뒤 여타 종목에 상승공간을 만들어 줬다"며 "미국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 등 첨단기술 관련주에 당분간 외국인 매수가 집중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차 매각이나 하이닉스반도체 외자유치 등 구조조정 관련 현안이 타결점을 향해 가고 있고 거시경제 환경이 다소 개선되면서 외국인 선물 누적순매수가 유지되는 등 중장기적인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이날 S&P의 로버트 리챠드 전무는 "구조개혁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 단기적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이 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하반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오는 3/4분기 경기도 2/4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 급속한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다소 힘든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거시경제 추세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에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중장기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삼성증권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지난 4월 이래 한차례 순환상승 라운드를 거쳐 종목별로 싼 주식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서도 "단기 추세선이 깨진 상황에서 조정 뒤 상승에 무게를 둔다면 단기 조정이 좀더 이뤄지는 것이 여름 장세에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