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나스닥지수의 급등을 따라 전고점을 단숨에 주파한 뒤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차익실현과 경계매물을 소화하면서 지수 620대 중반 강세를 유지, 재차 630대에 올라설 힘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종합지수는 지난주 금요일 600선을 돌파하고 전날 장중 620선을 넘어선데 이어 8개월중 최고점인 630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주 목요일 종가가 572인 것을 감안하면 나흘새 50포인트 이상 급등한 셈이다.

나스닥지수가 닷새 내리 오르는 등 뉴욕 증시가 강세를 이어갔고 대우차 매각, 하이닉스 외자유치 등 증시를 억누르던 요인들이 실마리를 찾아가는 등 한결 나아진 국내외 주변 여건이 반영됐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지속되고 특별한 악재가 도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종합지수 횡보가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단기 급등에 대한 차익실현과 전고점에 대한 경계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을 거쳐 추가 상승을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매물을 받아 줄 주체가 외국인에 한정된 상황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뚜렷한 신호가 나오지 않을 경우 조정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외국인이 사흘째 큰 폭으로 순매수하고 있는데다 매수 종목도 핵심블루칩, 업종대표주, 금융주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증시에 믿음을 주고 있다"며 "급격한 이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질적인 자금 유입이 뒷받침되면 본격적인 상승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증권 강보성 연구원은 "전날 무차별적인 상승세가 종목별로 차별화되면서 조정을 거치고 있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고 구조조정 재료도 살아 있어 고점을 찍고 하락 추세를 나타냈던 1월 장세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강 연구원은 "유일한 매수주체인 외국인이 철저히 뉴욕증시와 연계된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는 점은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날 종합지수는 10포인트 이상 급등 출발, 장중 연중최고점을 경신한 뒤 강보합권에서 맴돌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11시 59분 현재 전날보다 5.47포인트, 0.88%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84.12로 0.31포인트, 0.37% 상승했다.

주가지수선물 6월물은 0.60포인트, 0.77% 높은 78.20을 나타냈고 코스닥선물 6월물은 전날수준인 100.25에서 거래됐다.

전날 외국인 매수와 함께 급등의 한 축을 이뤘던 프로그램 매매는 시장베이시스가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면서 매도가 823억원으로 매수 271억원을 누르며 지수에 하락압력을 행사했다.

외국인이 사흘 내리 1,500억원 이상 매수우위를 나타내며 1,613억원을 순매수, 장을 이끌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주축으로 삼성화재, 국민은행, 삼성증권 ,대우증권 등 우량금융주와 현대차, 신세계, 농심 등 실적주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도에 휘둘리며 84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대중주가 전날 만큼 시세를 내지 못하자 코스닥쪽으로 관심을 돌리며 690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건설, 은행, 증권 등 대중주가 상승 선두에 나서고 있지만 오름폭은 현저히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단단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통신공사,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은 약세로 돌아섰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4억2,351만주와 1조7,852억원으로 전날 수준을 유지했다.

대우와 대우중공업이 마지막 거래일을 맞아 나란히 거래량 1,2위에 놓였고 하이닉스, 조흥은행, 신원, 외환은행, 해태제과, 대우증권, SK증권 등이 거래량 상위에 올랐다.

상한가 16개 포함 423종목이 올랐고, 내림종목은 하한가 1개 포함 371개.

LG투자증권 박준범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도가 지수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외국인이 받아내며 원활히 소화되고 있다"며 "보합권에서 에너지 비축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증권 강보성 연구원은 "한 두 종목이 치고 나가면서 지수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여러 종목이 조정받고 상승을 반복하고 있다"며 "지수움직임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매수우위로 돌아선 만큼 장후반 지속적으로 전고점 돌파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