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잔잔했지만 미국 금리인하라는 조류에 대비한 발놀림은 무척 분주했다.

증시는 지난 일주일간 평균 일중 지수변동폭이 10포인트를 넘지 않을 정도로 계속 옆걸음을 걸었다. 적어도 종합지수 자체 움직임은 그랬다.

물밑에서는 그러나 활발한 매물 소화를 거쳐 레벨업을 기대하는 측과 에너지 고갈로 최근 랠리도 끝물에 접어들었다는 매도세력이 한치도 물러섬 없이 접전을 벌였다. 투자자들은 어느 한 진영에 머물지 않고 수시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거래량이 부쩍 늘었다. 15일 증시에서는 5억5,755만주가 손을 옮기며 닷새 내리 거래량이 5억주를 넘어섰다. 1월 유동성 장세 이후 처음이다. 대우, 대우중공업, 하이닉스 등 거래량을 왜곡해온 종목의 비중도 최근 나흘 동안 꾸준히 축소됐다.

힘의 균형은 미국 금리인하를 계기로 일단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노출된 재료라는 점에서 당일 반응 폭은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누구나 아는 것은 재료가 아니라는 말이다.

◆ 국내 요인, 탄력 둔화 = 15일 증시에서는 앞서 사흘 동안 상승을 이끌었던 세 가지 국내요인 중 대우차 매각 재료만 힘을 이어갔다. 하이닉스와 하나로통신, LG텔레콤은 에너지가 소진된 모습이었다.

하이닉스는 신용등급 상향과 해외주식예탁증서(GDR) 2억달러 인수처가 잠정 결정됐다는 호재를 이어가지 못하고 5.60% 하락했다. 나머지 GDR 8억달러와 하이일드본드 3억7,000만달러 유치에 대한 우려가 증가한 것.

하나로통신과 LG텔레콤도 각각 8.19%와 0.99% 빠졌다. 정부의 비대칭적 규제 방침이 실제로 강행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증가한 것도 주가를 끌어내리는데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대우차판매와 쌍용차는 나란히 나흘째 가격제한폭을 위로 채웠다. 이들 종목이 상승탄력을 유지할 지는 미지수다. 단기 급등한데다 GM이 대우차를 자산인수 방식으로 인수하면 쌍용차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고 대우차판매도 대리점만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거래에서는 상장된 은행주 전 종목이 상승하는 등 초강세를 보인 은행주가 단연 돋보였다. 하이닉스 외자유치, 대우차 매각 등 구조조정 가속화에 따른 부담 경감에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수혜 기대, 국민 주택은행 등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호재가 어우러졌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 외자유치,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에 그동안 소외됐던 은행주에 관심이 몰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철저하게 순환매 차원이며 추세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제일기획, 신세계, 농심, 하이트맥주 등 최근 관심이 집중된 실적주와 내수관련주는 매물을 받아 대부분 상승 추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증시를 억누르던 요인들이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세 연속성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차익실현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거래량 증가 추세가 살아있고, 고객예탁금이 9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금리인하 효과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어 유동성에만 기댄 1월 장세와는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신한증권 강보성 연구원은 "최근 개별 종목으로 매기가 확산되고 밀리더라도 낙폭이 크지 않은 것은 투자심리와 시장에너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점과 채권시장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도 1차 랠리 때와는 틀리다"며 "연기금 유입이 기대되는 가운데 고객예탁금이 현수준을 유지할 경우 본격적인 자금유입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기대와 반응 = 세계 증시의 관심이 집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공개시장운영위원회(FOMC)의 금리 정책 결정이 눈앞에 다가왔다.

금리인하 결정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대부분 관계자들은 올 들어 다섯번째 금리 인하 폭이 0.50%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업, 노동생산성, 제조업동향 등 경제지표 악화를 고려했을 때 0.50%포인트 인하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5월 소비자신뢰지수와 4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높게 발표되는 등 소비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나자 슬그머니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고 이후 나스닥지수는 나흘째 내림세를 탔다.

단기적으로 금리인하의 실제적인 효과를 뒤로 한다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뉴욕증시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인하폭이 0.50%포인트든 0.25%포인트든 최근 증시가 경제지표 해석에 따라 반응을 달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뉴욕증시에는 FRB의 경기전망과 정책에 관한 입장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우증권 김분도 연구원은 "인하폭이 0.25%포인트가 아닌 0.50%포인트라면 박스권 탈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국내에서 모멘텀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하는 ''약세장 랠리'' 마감의 신호로 받아들여져 하락추세를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상승추세와 시장상황이 1월 랠리 때와 다른 점은 외국인 순매수가 줄었다는 것 외엔 없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하 자체는 호재이지만 4.00% 까지 내린다면 더 이상 뺄 카드가 없을 것"이라며 "경기회복에 대한 본격적인 신호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기대감만으로 지탱된 장은 재료 노출 뒤 힘을 잃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금리인하가 하방경직성을 굳히고 나아가 600선 돌파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강하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뉴욕증시 반응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부에서 0.25%포인트 인하도 강하게 제기된 만큼 0.50%포인트 인하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락해도 570선에서는 강한 저항력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