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움직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 "고이즈미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개혁 성향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후생상이 차기 일본 총리로 확실시되자 엔화 환율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집권 자민당 국회의원들의 총재 선거를 하루 앞둔 23일 도쿄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백21엔선을 기록, 주말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고이즈미 후보가 24일 선거에서 최종 승리, 총리가 되면 새로운 경제회생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 고이즈미 당선은 엔화환율 하락 요인 =시장에서는 고이즈미 후보가 차기 총리가 되면 엔화 환율이 떨어질(엔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엔고(高) 재료이지 엔저(低) 요소는 아니라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엔화가치 회복 재료로 평가되는 것은 △전임 총리들과는 다른 경제정책을 실시하고 △경제개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고이즈미가 밝혀온 경제정책의 특징은 정부 부채 축소.

이를 위해 그는 총리가 되면 국채발행 규모를 줄이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우선 올해 국채발행액을 지난해(34조6천억엔)보다 5조엔 가량 적은 30조엔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정부 빚은 그동안 엔화 약세의 핵심 요인이었다.

이같은 국채발행 축소 전망으로 이날 일본 10년물 국채가격이 급등,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연 1.41%로 0.05%포인트 떨어졌다.

고이즈미는 또 친개혁 성향의 각료를 대거 발탁, 경제 개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이즈미 자신이 자민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개혁론자이기 때문이다.

◇ 향후 엔화환율 움직임 =도쿄미쓰비시 은행의 외환매니저 다소 다다도시는 "고이즈미가 일본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엔화환율 하락, 즉 엔화가치 회복을 점쳤다.

최근 달러당 1백21~1백25엔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엔화 환율이 1백20엔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것.

호주 웨스트팩 은행의 환율전략가 애덤 마이어스도 "일본 총리 후보들 중 고이즈미가 시장에서 가장 환영받는 인물"이라며 그가 총리가 되면 엔화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엔화환율 하락(엔고)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 경제가 침체돼 있고 일본 정부도 급속한 환율 하락을 바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환율의 지나친 상승은 물론 지나친 하락도 안된다''는게 일본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1백30엔선에 육박하는 고환율은 수출확대 효과는 내지만 국내외 자금의 해외 유출을 촉발하는 부작용이 있다.

반면 1백20엔 이하의 저환율은 수출확대 효과는 줄이지만 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을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달러당 1백20~1백25엔을 적정 환율로 판단,이 선에서 환율을 묶어두기 위해 애써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 성향의 고이즈미 내각이 출범하면 엔화 환율은 한단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외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큰 폭으로 떨어지진 않겠지만 개혁가속화 및 새로운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화환율 변동권이 지금까지의 1백20~1백25엔대에서 1백18~1백23엔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