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논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미국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 조나단 조셉이 ''바닥론''을 제기한 이후 각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이 잇달아 "바닥은 멀었다"면서 반기를 들고 있다.

조셉은 17일 "남들이 사납게 매도할 때 매수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재차 ''바닥론''을 강조했다.

조셉은 지난 11일 반도체 업종의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상향조정,''반도체 바닥론''에 군불을 지폈다.

이에 힘입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8.49%나 급등했고 종합주가지수도 500선을 거뜬히 넘어섰다.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3일연속 오름세를 탔다.

그러나 이후 메릴린치와 리먼 브라더스 등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메릴린치의 조 오샤와 댄 내일스는 지난 12일 "업체들의 펀더멘털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반도체주를 살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13일에는 SG증권이 가세했고 16일에는 모건 스탠리 딘 워터(MSDW)가 반도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5% 끌어내렸다.

국내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반도체 전체적으로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D램가격은 이미 바닥을 찍었다"며 "인텔 등 PC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이 PC수요를 유발시켜 D램 구매가 많아지는 선순환구조가 5월께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과 SK증권 전우종 팀장 등은 "반도체 주가의 바닥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경기 바닥은 아직도 아니라고 본다"며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전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주가가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바닥 논쟁이 지속되면 국내 증시도 당분간 안개속을 헤맬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