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 500선이 붕괴되면서 주식시장에서 지지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연기금 투자와 첨단기술주의 바닥 진입 가능성, 미국과 유럽의 조기금리 인하 기대감을 들어 480선은 지켜지지 않겠느냐며 반등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미국 등 해외증시 불안이 심리적인 반등기대감이 아니라 경제 기초여건의 악화에서 비롯된 것이고 나스닥의 1,800선 지지가 무산됨에 따라 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에 따라 국내 주가도 480 이하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 제한적인 범위에서 부분적인 낙관과 비관일 뿐 상승을 염두에 둔 시각은 아니다. ''더 떨어지겠느냐''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낙폭의 수준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증시관계자들의 시각은 약세기조를 수용하는 이른바 ''관망 대세론''으로 수렴되는 셈이다. 매도를 줄이든 매수를 하든 일단 미국 시장의 향배를 ''먼저 확인하자''는 것이다.

특히 9일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은 투자자들의 이런 내면적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날 거래소 거래량은 2억8,000여만주에 달했으나 거래대금은 9,445억원으로 1조원에도 못미쳤다. 연중최저치일 뿐만 아니라 지난 1999년 2월 25일 8,178억원 이래 2년1개월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코스닥의 거래대금도 9,158억원으로 거래량과 마찬가지로 1조원에 미달, 지난 1월 2일 6,890억원 이래 4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 대비 8.76포인트, 1.73% 하락한 497.46으로 마쳐 지난 4일 이래 거래일 기준으로 이틀만에 500선이 재붕괴됐다. 사학연금의 500억원 투입 등을 바탕으로 투신이 매수세에 나서며 500선을 지지하는 듯했으나 개인과 외국인의 매도를 완전 흡수하지는 못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장중 뚜렷한 반등력을 보이지 못하고 1.70포인트, 2.56% 떨어진 64.81로 마감, 지난 4일 이래 다시 65선 밑으로 떨어졌다.

◆ 미국 증시 동조화 심화 = 국내 증시 하락은 지난 주말 미국의 나스닥이 급반등을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급락한 데 따라 촉발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락한 영향으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첨단기술주들이 맥을 쓰지 못하고 지수하락을 이끈 데 따른 것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주가 역시 미국 증시에 하락 동조를 보이며 약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 증시는 지난주 긴급경제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4% 이상 급락하며 1만3,000선이 다시 붕괴됐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 주말 전날보다 3.62%, 64.64포인트 하락한 1,720.36으로 마감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73%, 35.16포인트 급락한 487.53으로 마감한 바 있다.

이같은 미국 주가 급락이 고용동향이 악화되면서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주눅들게 했다는 점에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이날 발표된 3월 미 실업률은 4.3%로 지난 99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더욱이 일자리가 늘어나리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8만6,000명의 일자리가 줄었다. 일자리는 미국이 불경기의 골에 빠져 있을 때인 지난 91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이승용 이사는 "현재의 문제는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펀더멘탈에 관련된 문제"라면서 "국내외 경기가 3/4분기 저점을 형성할 수 있더라도 현재로서는 V자형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제는 1/4분기보다 2/4분기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나스닥 역시 주요 지지선인 1,800선이 깨진 뒤 바로 회복했으나 곧 붕괴돼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 증시가 지속하락 이후 급반등, 급락 등 변동성이 커지고 바닥 확인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외국인 투자를 매개로 미국 증시와 동조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좀더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연기금 투입의 제한성 및 옵션 만기일 대비 필요 = 증시 관계자들은 연기금의 투입이 예정돼 있고 지난 1997년 IMF 위기를 제외하고 500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 저점인 480선에 대한 지지 기대와 그를 축으로 한 반등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같은 반등 기대감을 피력하면서도 한쪽에서는 ''바닥을 예단하지 말라''는 지적에 좀더 귀를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고 첨언한다.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정책지지 요인으로 반등하더라도 기술적 반등 수준일 뿐이므로 쉽게 지지선을 설정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의 봉원길 선임연구원은 "역배열 상황이고 20일선의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정책요인으로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은 있겠지만 아직 바닥이라는 공감이 형성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교보의 임송학 팀장은 "외국인이 나스닥과 연동해 매매하고 포지션을 교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 의지로 연기금 자금을 받은 투신이 지지해 줄 것이라는, 밀리면 저가매수가 유입될 것이라는 버티기 기대감 수준이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사학연금에서 500억원의 투입이 있었으나 아직 연기금의 투자는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주 투입될 예정이었던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기금, 체신보험기금 등의 약 5,000억원대의 신규 투자는 다음주초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이번주는 철저히 미국 증시 동향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12일 옵션만기일에 따른 매수차익거래잔고 청산 매물의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옵션관련 잔고 신고액이 약 600억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나 신고되지 않은 규모와 시장 상황에 의해 청산될 매물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LG투자증권 선물옵션팀의 김지한 과장은 "아직 옵션 만기 관련 매물에 대한 논의는 크지 않다"면서도 "현재 600억원 가량 신고된 것으로 파악돼 규모는 적고 신규 매입도 있을 수 있지만 미신고액이 더 있을 것이어서 풀릴 기회만 주면 매물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단 관망하는 게 바람직 = 그럼에도 시장관계자들은 외국인 매매가 단순히 셀 코리아는 아니라는 점에서 일방적인 매도에 가담하지는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저점 매수를 권고할 상황은 유보하더라, 반등시 일부 매도하더라도, 일단 관망하자는 견해다.

교보의 임송학 팀장은 "외국인이 순매도를 했으나 100억원 미만이며 1,000억원 안팎의 매매를 겸하고 있다"면서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 보유비중이 높은 상황을 유념해야겠지만 장중 잦은 매매태도 변경을 볼 때 방향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윤용선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대해 일방적인 매도세는 아니다"면서 "일단 매수는 다소 유보하고 연기금투자나 심리적 지표가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기대수준인 만큼 사더라도 쪼개서 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원의 이승용 이사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기술주 폭락도 마무리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여 일단은 관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