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달러사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1,320원을 위협했다.

지난주말 급등세이후 하향조정세를 보이던 환율은 이틀동안의 내림세를 접고 ''상승기조는 살아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월말임에도 불구, 대내외 악재가 공급에 빗장을 질렀다. 특히 엔화를 비롯 아시아 통화가 동반약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또 외환은행 신용전망 하향 등의 악재가 30일에도 매수심리를 자극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 환율이 연간결산용 엔화수요가 끝나 바닥을 치고 올라설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며 "전고점을 뚫고 1,330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4.10원이나 뛰어오른 1,318.6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고점은 1,319.70원으로 지난 23일 1,320.40원 이후 가장 높았고 수치였으며, 저점은 개장가인 1,304.00원이 유지됐다. 변동폭은 무려 15.70원에 달했다.

개장 직후부터 오름세를 타던 환율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달러/엔 환율. 장중 122.30∼122.40엔대에 머물던 달러/엔이 123엔대로 급등하자 환율은 당국의 구두개입을 무시하고 튀어올랐다. 장후반 1,319.70원까지 폭등한 환율은 마감까지 소폭 조정되며 열기를 식혔다.

오전장에는 역외세력이, 오후에는 달러/엔 환율 급등이 이날 환율을 치솟게 했다. 업체는 월말 네고물량을 내놓지 않고 결제에 적극적이었다. 다국적기업도 이날 적극적으로 달러사자에 나서 송금수요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급하게 치솟자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불안은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환당국은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도 "지나친 불안심리로 인한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는 비거주자의외환거래 등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오전중 역외의 한 딜러가 ''오늘 랠리는 1,325원이다''라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는데 그대로 됐다"며 "당국 개입이 저가매수의 빌미를 준다는 점도 확인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320원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만 아래쪽으로는 1,312∼1,315원에서 탄탄하게 지지될 것"이라며 "나스닥이 상승하지 않으면 빠지지 않아 1,332원까지도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일본 2월 산업생산량이 예상보다 낮은 0.4% 상승에도 불구, 연간결산을 앞두고 거래자들 사이에 관망분위기가 지배하면서 122엔대 초반흐름을 견지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장 마감을 앞둔 닛케이지수가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달러/엔은 오후 5시 20분 현재 123.40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0.50원 낮은 1,304원에 거래를 시작, 122엔대에 복귀한 달러/엔 환율과 나스닥 급락 등의 대외악재에 1,310원을 뚫고 올라섰다. 이후 역외매수와 업체들의 결제수요를 반영, 1,312∼1,313원대에서 주로 움직였다.

오후 거래는 1,312.80원에 재개, 역외세력의 강한 매수세와 결제수요가 이어지며 레벨을 높여나갔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달러/엔 환율의 급등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이틀간의 순매수를 마감하고 순매도로 돌아섰다. 두 시장에서 각각 337억원, 176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으며 심리적으로 환율상승을 도왔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6억8,0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2,59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3억3,000만달러, 1억9,700만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1,314.00원으로 결정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