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에 사는 주부 서현진(29)씨는 임신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일주일에 2,3일을 김포 풍무 동보매그너스 아파트 건설현장을 찾는다.

지난해 6월 32평짜리 아파트를 1억1천만원에 분양받은지 4개월만에 분양업체가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 아파트를 분야한 동보건설은 지난해말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현장에 와봐야 어찌해볼 도리가 없지만 답답한 마음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 없어 버스를 갈아타면서 이틀 걸러 한번씩은 오게 된다"는 서씨는 "아파트는 보증이 확실해서 터파기도 하기 전에 분양을 받아도 안전하다고 신문광고까지 해댔던 보증회사 사람들은 어디갔는지…"라며 한숨을 지었다.

동보건설은 지난 99년 6월 총 1천8백46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를 분양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6월엔 4백60여 잔여가구를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조건으로 분양했다.

서씨 역시 대출금 무이자라는 광고를 믿고 계약을 맺었다.

그는 샐러리맨인 남편 이모(37)씨와 친정 어머니, 그리고 아들과 친정 동생들까지 일곱 식구가 모여살고 있는 일산의 전셋집을 벗어나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가며 돈을 모아왔다.

하지만 대출금 이자를 대신 지급해 주겠다던 건설업체가 파산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이자 1천만원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서씨는 "남편의 넉넉지 않은 수입으로 1억1천만원짜리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꼼꼼하게 세워둔 적금과 재테크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져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98년 부도가 난 뒤 화의상태인 한국종합건설 5개단지의 경우 입주예정일이 1년7개월에서 최장 2년5개월 이상 미뤄지고 있다.

한국종합건설처럼 건설업체가 화의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적으로는 살아있는 기업이 된다.

이런 경우엔 입주 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이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않는다.

한국종합건설의 김포 풍무리 아파트 입주 예정자인 김모(43)씨는 "입주가 늦어진 데에 따른 ''지체상금''을 받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입주가 늦어진데 대해선 책임지는 이가 없고 대한주택보증의 중재로 마지못해 대신 공사를 맡은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중도금독촉만 빗발친다"고 억울해 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입주피해가구가 10만에 달하는데 가구당 계약금이나 중도금으로 평균 1천만원씩만 묶였다고 계산해도 전체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한다"면서 "실제 피해액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도 이후 입주를 보장해주는 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까지 회원사들의 무더기 도산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어 아파트 분양보증이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대한주택보증까지 이 지경이 된 것은 전적으로 부실회원사 때문이다.

대한주택보증에 출자한 건설업체들에 출자금의 20배까지를 보증해 주었는데 업체 부도가 속출하자 이들의 빚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