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이 28개월 만에 장중 한때 1천3백원대로 올라섰다.

정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지만 무위에 그쳤다.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는한 원화환율의 고공비행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장에선 1천3백원이 일단 뚫린 만큼 언제라도 1천3백20원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거래가 많은 대기업들은 내부 환율을 수정하는 등 환율 급등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 환율급등 배경 =19일 외환시장에선 오후들자마자 1천3백원선을 치고 올라갔다.

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으로 다시 1천3백원 밑으로 내려왔지만 시장에선 1달러=1천3백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달말 1천2백50원80전에서 이달들어 사흘을 제외하고 연일 오름세였다.

딜러들은 "국내 수급보다는 엔약세, 나스닥급락 등 대외변수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역외 선물환시장(NDF)이 국내 원화환율 오름세를 선도하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NDF는 거래량이 크진 않아도 해외변수들을 민감하게 반영하고 국내시장에 선행해 움직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다"고 밝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활동하는 해외투자자들이 환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역외선물환 거래를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급등은 무엇보다 엔화약세와 원화의 동조화현상 탓으로 풀이된다.

엔화 환율은 작년말 1백14엔에서 두달여만에 1백23엔으로 7%가량 절하됐다.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제로금리로 복귀하고 20일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달러당 1백30엔까지 엔저를 용인할 것으로 예상돼 엔화약세가 불가피해 보이는 것도 직접적 요인이다.

◇ 경제전망 수정해야 =정부는 올해 평균 환율을 1천2백원대로 봤었다.

1.4분기도 넘기기 전에 1천3백원이 무너진만큼 당혹스런 표정도 역력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특정 환율에 지나치게 동조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엔화 동향을 주목하기는 딜러들과 마찬가지였다.

한은은 당장 올해 물가목표(2∼4%)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2월 물가상승률 4.2%에 수입물가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서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상승이 물가에는 악영향을 미치지만 수출이 개선되면서 달러공급이 늘어나게되면 다시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소위 자동조절기능이 작동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정한 환율 움직임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KDI는 환율이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내놓았던 올해 경제전망을 다음달초 2.4분기 전망때 수정할 방침이다.

관계자는 "실질.실효환율을 따져봐야 하지만 엔화와 원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 위안화 등 다른 통화는 =엔저기조 속에 중국 위안화의 절하 가능성마저 대두되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릴 수 밖에 없다.

S그룹 관계자는 "엔화 약세 속에 위안화 유로화마저 들썩거릴 경우 올해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고정환율제인 위안화는 최근 8.2770∼8.2773위안 수준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

한은 관계자는 "엔화환율이 1백40엔까지 넘어간다면 걱정스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중국 경기가 호전추세여서 1백30엔대까진 중국이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밝혔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